“해외에 나가면 남편은 어느 정도 영어가 되는데, 저만 ‘꿀 먹은 벙어리’가 돼서 창피하더라고요. 아직 시작단계지만 다음에 해외에 나갈 땐 영어로 현지인과 대화하는 게 목표예요”
결혼 후 살림과 자녀들 교육에만 ‘올인’해왔던 주부 조미정(34ㆍ안산)씨는 지난해 2월부터 동네근처 KRA한국마사회 장외발매소에서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처음엔 독학할 생각으로 회화 책 하나 구입해 상황별 표현을 몇 문장씩 달달 외웠지만 며칠 못 가 한계를 느꼈다. 돌파구는 집 근처 장외발매소에서 운영하는 원어민 영어교실이었다.
원어민 수업을 들은지 1년 6개월여 만인 현재 조씨는 미국 드라마를 자막을 보지 않아도 내용을 대략 짐작할 수 있고 유창하진 않지만 외국인과의 짤막한 대화 진행에도 무리 없을 정도까지 영어실력이 늘었다.
안산 장외발매소의 원어민 영어교실이 지역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한 달에 교재비 5000원으로 외국인에게 영어회화를 배울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한 번 개강할 때마다 20명 정원이 금세 들어찼다. 주로 30~50대 주부들이 신청하지만, 60·70대의 만학 할아버지와 할머니들도 열심이다.
안산 장외발매소는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경마가 시행되지 않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문화센터로 변신해 원어민 영어교실, 승마교실, 탁구교실 등 10여개의 문화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마사회 안산 장외발매소 정영주 지사장은 “까다롭게 선발한 외국인 강사에게 무료로 수업을 받을 수 있어 지역민들의 호응이 좋다.”면서 “처음에는 10여명 정도가 프로그램에 참가했으나, 인기가 많아 지금은 대기 순번을 나눠 줄 정도”라고 전한다. 한편 KRA한국마사회의 30개 장외발매소에서는 외국어ㆍ수학ㆍ승마 같은 기본 프로그램부터 어린이경제교실·한문교실·독서논술교실·어린이 승마 등 학교에서 쉽게 배울 수 없는 강좌도 개설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