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공무원, 산악인, 산행가이드 저자에서 이제는 소설가까지….” 이 남자, 과연 그의 변신의 끝은 어디일까. 등산 가이드로 유명한 관동산악연구회(www.guidesan.com) 유정열 회장의 이야기이다. 40년 가까이 산에만 파묻혀 살던 유 회장이 최근 소설가로 변신해 화제다. 유 회장은 최근 단편 소설집 ‘달밤에 만난 사람’(도서출판 관동)을 펴냈다.
소설 출간과 더불어 유회장은 최근 지난 20여년간 해외를 여행하며 가봤던 유적지에 대한 단상을 담은 ‘유정열의 세계일주 문화유산답사기’(도서출판 관동산악연구회)도 함께 출간했다.
2년전부터 소설을 구상했다는 유 회장은 “하지만 실제로는 수십년간 준비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하긴 소설을 보면 유회장의 유년 시절의 기억, 교육공무원 때의 이야기, 산에 다니면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녹아 있다.
이 때문에 ‘달밤에 만난 사람’, ‘눈 내리는 겨울밤에 쓰는 다섯쪽의 글’, ‘원의 방정식’, ‘램브란트를 아시나요’, ‘부름’ 등 소설집에 담긴 다섯 편의 단편소설들은 픽션이면서도 논픽션이다.
특히 유 회장은 이번 소설집에서 “인간의 고독이나 슬픔, 만남과 이별,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산악인답게 소설의 배경에는 산이 등장한다. 표제작이기도 한 ‘달밤에 만난 사람’에서 실직한 뒤, 근근히 삶을 이어가던 주인공은 오래 전 헤어진 고향 친구의 죽음을 듣고 아내 몰래 찾아간 장례식장에서 친구의 죽음에 대한 뜻밖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친구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친구 아내를 따라 지리산으로 길을 나서며 겪게 되는 이야기다.
유 회장은 “그동안 숱하게 다녔던 산이 배경이 되기도 하고, 해외의 유적지가 배경이 되기도 했다”며 “여행 길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이 들려준 이야기들이 이 소설의 중요한 뼈대를 이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함께 펴낸 ‘유정열의 세계 일주 문화유산 답사기(답사기)’는 유 회장이 살아 생전 내는 마지막 답사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 회장은 “지난 1992년 일본 북알프스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전 세계 문화유적 200여 곳과 명산 50곳, 100개가 넘는 국립공원을 다녀왔다”며 “지난 20여년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경험하고 느낀 감상들을 총정리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산과 유적에 대한 딱딱한 학문적 지식이 아닌, 저자와 현장에 함께 와 있는 듯 한 생생한 설명이 곁들여져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답사기’에는 세계 일주라는 말에 걸맞게 아름다운 물의 도시 이탈리아 베니치아, 우간다의 챔팬지 보호구역 뿐 아니라 금강산·백두산·한라산은 물론 중국 불교의 성지와 같은 아미산, 주자가 이상향으로 꼽은 무이산,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 북미의 매킨리, 남미의 아콩카과 등 수많은 유적지와 산들이 등장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가만히 앉아서 세계 일주를 하는 기분이 든다.
1970년대에 등산에 매료된 유 회장은 1980년대 교육 공무원을 하면서 산을 좋아하는 선생님들과 교직원들이 참여한 관동산악연구회를 조직해 지금까지 이끌어 오고 있다. 관동산악연구회는 산만 오르는 다른 산악회와 달리 자연 보호 운동을 비롯해 산악관련 정보 제공과 연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유 회장은 산에 대한 정보와 산악관련 서적이 보편화 되지 않았던 시절 ‘우리 산 길잡이’등을 펴내면서 등산의 대중화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8년도에는 ‘한국 600명산 탐방기’, 2009년에는 ‘한국 800명산 탐방기’를 펴냈고 2010년에는 ‘한국 1000명산 탐방기’를 내놓았다. 이어 2011년에는 ‘한국 1000명산 견문록’을 펴내 ‘살아있는 한국의 산악도감’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유 회장은 고희가 훌쩍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최소 한달에 한번씩은 동호인들을 이끌고 산을 누비고 있다. ‘달밤에 만난 사람’ 1만원, ‘유정열의 세계 문화유산 답사기’3만9000원. 동시 구입시 3만원.
유정열 회장이 직접 추천하는 10월 단풍 코스
관동산악회(회장 유정열)는 10월 단풍철을 맞아 매주마다 전국 단풍산행을 떠난다.
첫 산행지는 5일에 떠나는 설악산 흘림골이다. 남설악에 있는 흘림골은 2004년쯤 일반 산행이 재개될 때까지 20여년이나 사람의 통행을 막은 골짜기였다. 그 이후로는 흘림골 단풍에 매료된 등산객들이 긴 줄을 서야할 만큼 명소가 된 곳이다. 1인당 3만5000원.
오는 12일 토요일에는 오대산 노인봉으로 떠난다. 황병산과 오대산의 중간 지점에 있으며 금강산의 축소판이라고 불리는 소금강계곡을 거느리고 있다. 3만5000원. 또 10월20일에는 점봉산 곰배령 야생화 산행을 준비하고 있다. ‘하늘아래 천상화원’이라고 불릴만큼 많은 야생화들이 피어 있을 뿐 아니라 단풍도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4만5000원.
이밖에도 11월2일에는 늦단풍을 감상하기위해 경북 청송 주왕산 산행을 마련했다. 4만원. 매주 떠나는 단풍산행은 선착순으로 40명만 모집하며 유정열 회장이 직접 가이드로 나서 산행을 안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