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전은 마치 축구 축제같은 분위기였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뛰어넘는 붉은 함성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한국과 브라질의 평가전이 열린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은 빈 자리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20만원짜리 값비싼 스페셜 석뿐 아니라 그라운드가 잘 보이지 않는 2층 양 측면 사석도 꽉 찼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6만5308명. 2002년 6월 25일 열린 한·일월드컵 준결승 독일과의 경기에 들어찬 6만5256명보다 더 많은 관중 기록이었다.
이미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은 만석이 예고돼 있었다. 경기 전날까지 온라인·하나은행 등에서 판매한 티켓 6만여장 중 95%가 팔렸다. 이어 경기 당일인 12일 오후 2시부터 진행한 현장 판매분 2000여장도 3시간만에 매진됐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은 "(꽉 들어찬 관중 덕에) 우리도 행복하다"면서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이날 경기장에는 거스 히딩크(67) 전(前) 축구대표팀 감독이 찾아 관중들의 많은 박수를 받았다. 히딩크 감독은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정몽규 축구협회장 등과 함께 경기 시작 전 양 팀 선수들을 격려했다. 히딩크 감독의 등장에 관중들이 큰 함성을 지르자 그는 붉은악마 서포터가 있는 N석으로 시선을 돌려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의 코칭스태프, 벤치 멤버들과도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마지막으로는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과 포옹을 하며 응원을 보냈다.
브라질의 2-0 승리로 끝났지만 관중들의 응원에는 홈·원정팀이 따로 없었다. 네이마르(바르셀로나), 오스카(첼시) 등 브라질 선수들이 뛰어난 개인기 능력을 선보일 때 관중들은 '와'하는 감탄사를 보냈다. 한국이 경기 내내 브라질에 뒤졌지만 오히려 후반 중반에는 파도타기 응원을 하며 양 팀 선수들에 격려를 보냈다. 이날 브라질에서도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150여 명이 경기장을 찾아 자국 대표팀에 응원을 보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고 양 팀의 승패가 엇갈렸지만 팬들은 '대~한민국'을 외치며 박수를 보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가을 축구 축제가 성공적으로 끝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