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형 미드필더 김상식(37·전북 현대)이 정든 그라운드를 떠났다. 김상식의 머릿 속에는 그동안의 기억이 영화 필름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 중에서도 김상식이 가장 아쉬웠던 순간으로 꼽은 건 2002 한일월드컵 탈락이었다.
김상식은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 서울과의 리그 최종전을 은퇴경기로 치렀다. 이날 김상식은 0-1로 뒤진 후반 41분 서상민이 얻은 페널티킥을 성공시켜 동점을 만들었다. 파넨카킥(골키퍼를 속이기 위해 볼을 띄워차는 것)으로 페널티킥을 넣은 김상식은 동료의 헹가래를 받으며 기뻐했다. 경기를 마친 후에는 가족이 함께 하는 가운데 성대한 은퇴식이 열렸다. 적장인 최용수 서울 감독으로부터 꽃다발도 받았다.
경기 후 김상식은 "은퇴경기라 고별사도 써서 며칠 동안 외웠는데 막상 읽으려니 뭉클해서 도저히 못 읽겠더라. 그래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페널티킥 상황에 대해선 "오늘 따라 이동국과 레오나르도가 페널티킥 욕심을 안 내더라. 아마 못 넣었으면 이동국에게 평생 술 안주가 됐을 것이다. 넣어서 천만다행"이라며 활짝 웃었다. 그는 이어 "오늘 45분 뛰는 줄 알았는데 90분 뛰어서 마지막엔 힘들어 죽겠더라. 은퇴 선언하고 가족과 통화할 때는 눈물이 났는데 지금은 며칠 지나서 무덤덤하다"고 밝혔다.
김상식은 1999년 성남 일화에서 데뷔해 2009년 전북으로 옮기며 15년간의 프로 생활을 했다. 그는 가장 아쉬웠던 순간으로 2002 월드컵 탈락을 꼽았다. 김상식은 "2002 월드컵에 못 간 게 가장 아쉽다. 그때는 몸도 안 좋았고 일이 꼬였다. 히딩크 감독 부임 즈음에 치른 한일전(2000년 12월)에서 퇴장당하면서 꼬였다. 어린 나이에 안 풀리니까 담에 나가자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더 노력해서 끈을 놓지 않고 꽉 잡아서 월드컵 갔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김신욱(25·울산)과 대표팀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통해 프로 선수로 롱런하는 비결도 꺼내놨다. 김상식은 "대표팀에서 김신욱과 만났는데 경기 전날에 호텔 복도에서 30분 동안 뛰고 있더라. 김신욱에게 왜 여기서 뛰냐고 물어보니 경기 전에 이렇게 해야 몸이 좋아진다는 징크스가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신욱이에게 '너는 앞으로 20년 가까이 선수 생활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스트레스 받아서 잘 할 수 없다. 오늘부터 하지 마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의 비결은 스트레스 안 받고 징크스를 만들지 않는 것이었다.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했다.
김상식은 4일부터 24일까지 대한축구협회가 주관하는 B급 지도자 강습회를 수료한 뒤 전북 구단의 도움을 받아 해외로 지도자 연수를 떠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