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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 2·3세 경영인, 새해 벽두부터 바빠진다
2014년 새해 벽두부터 식품업계 2·3세 경영인들이 바빠졌다.
식품 대기업들이 인사철을 맞아 총수 일가 2·3세들을 주요 보직에 배치시키며 경영 승계 바람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 유학파 출신의 이들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전면에 배치돼 그룹 핵심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재현 CJ 회장 장남, 일선 영업점 배치
이재현 회장의 재판으로 불가피한 경영 공백이 발생한 CJ그룹은 최근 이 회장의 장남인 선호씨를 CJ제일제당의 한 영업 지점에 배치했다. 지난해 미국 컬림비아대 금융경제학과를 졸업한 선호(24)씨는 그해 6월 입사한 후 지주사와 계열사를 돌며 신입사원과 함께 교육을 받아왔다. 이 회장의 장녀 경후(30)씨도 최근 CJ에듀케이션즈에서 핵심 계열사인 CJ오쇼핑의 상품개발본부 언더웨어침구팀 상품기획담당(과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업계는 선호씨와 경후씨가 모두 아직 어려 본격적인 경영 참여는 이르지만 이 회장이 재판 중에 지병으로 수술까지 받은 만큼 경영 승계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선호씨의 경영 승계를 위해서는 지분 승계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선호 씨는 그룹 지주사인 CJ㈜ 주식을 전혀 갖고 있지 않으며, 계열사인 CJ E&M 26만4천984주(지분율 0.7%), CJ파워캐스트 24만주(24%), 비상장사인 CNI레저 144만주(37.9%) 등만을 보유하고 있어 그룹 전체 지분율은 미미한 상황이다.
대상그룹도 이번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임창욱 명예회장의 차녀 임상민 전략기획본부 부본부장(34)을 상무로 승진시키며 3세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임 상무는 이화여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파슨스스쿨을 거쳐 2009년 9월 대상에 입사했다. 2010년 8월부터는 영국 런던 비즈니스스쿨에서 MBA과정을 마치고 지난해 10월 부장급으로 복귀했다.
대상가 둘째딸은 전략기획본부장으로
임상민씨가 임원으로 승진하면서 대상의 3세 경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임 상무는 대상그룹의 지주사인 대상홀딩스의 지분 38.36%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임 상무의 언니이자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전 부인인 임세령씨는 대상 HS 대표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으며 지분율은 20.41%로 동생보다 적다. 업계는 2016년이 대상그룹 의 창립 60주년이 되는 해인 만큼 경영권 승계 작업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원그룹은 이미 2세 경영 체제를 확고히 했다. 동원그룹은 이번 정기 임원 인사에서 창업주인 김재철 회장의 차남 김남정 동원엔터프라이즈 부사장(41)을 같은 회사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동원그룹의 지주회사다. 김 부회장은 동원엔터프라이즈 지분을 67.2% 보유한 최대주주다. 김 회장의 장남인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은 동원그룹에서 금융 부문이 떨어져 나와 이미 그룹과 분리한 상태. 때문에 형제간의 지분 경쟁이나 기업 분할 없이 김 부회장이 동원그룹을 순조롭게 물려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매일유업도 지난 2012년 하반기부터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의 첫째딸 윤지(29)씨가 경영 일선에 합류해 실무 경험을 쌓고 있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윤지씨는 현재 계열사 유아용품기업인 제로투세븐 내에서 마케팅팀 대리로 근무하고 있다. 제로뚜세븐은 매일유업이 지분 50%를 갖고 있으며, 김정완 사장과 동생인 김정민 대표가 각각 8.3%와 16.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식품업계, 보수 색채벗고 경영승계 가속화
이외에도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두 아들 진수·희수씨가 그룹 전략기획부문장과 미래사업부문장으로 각각 근무하고 있으며 농심기획에서 일하고 있는 박혜성 기획실장은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의 손녀다. 사조그룹 창업주 고 주인용 회장의 손자이자 주진우 회장의 장남인 주지홍씨도 지난 2012년 사조해표·사조대림의 기획팀장(부장)으로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의 장녀인 담경선씨는 아직 정식으로 입사하지는 않았지만 주요 현안해 관여하며 오리온 지분 0.53%를 보유하고 있어 행보가 주목된다.
식품업계의 관계자는 “식품업계는 보수적 경영 성향 때문에 2·3세의 경영참여가 다른 업종에 비해 더딘 편 이었다”면서 “식품업계 트렌드 변화,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 오너 리스크 등이 대두되면서 2·3세로의 경영승계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소은 기자 luckyss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