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각 구단의 연봉 협상에 연차 등 호봉제 요소가 섞였다면 올해부터는 성과를 바탕으로 순수한 연봉제를 적용하고 있다. 올릴 때 팍팍 올려주고, 내릴 때도 팍팍 깎는다.
◇ 우수 선수에 더 많은 보상
롯데는 2일 간판타자 손아섭과 4억 원에 2014시즌 연봉 계약을 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2013시즌 타율 0.345 11홈런 69타점으로 롯데 타선을 이끌었다. 그의 연봉은 작년 2억1000만 원에서 거의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연봉 협상은 적게 받는 선수에 후하고 많이 받는 선수에 박한 하후상박이 기본 뼈대였다. 삼성 최형우는 2011년 홈런왕 타점왕을 하고 1억1500만 원 오른 3억 원을 받았다. 같은 해 투수 부문 4관왕 KIA 윤석민이 계약한 금액은 3억8000만 원으로 전년보다 두 배 오른 액수였다. 1억 원이 넘는 고액 연봉자는 리그를 압도하는 성적을 올려도 인상률이 100%를 넘기 힘들었다.
손아섭과 연봉 협상을 한 이문한 롯데 운영팀장은 "팀 공헌도가 월등했고 정신력, 자세 등에서 본보기가 되는 부분이 많았다. 성적과 더불어 그런 점들을 높게 평가했다"고 화끈한 대우의 배경을 설명했다.
롯데뿐 아니다. 연봉 계약을 발표한 거의 모든 구단이 성과주의에 입각해 성적을 낸 선수에 통 크게 쐈다. 넥센은 지난 시즌 홈런왕 타점왕을 차지한 MVP 박병호와 2억8000만 원 인상된 5억 원에 재계약했다. 지난 시즌 2억6000만 원에 사인한 세이브 1위 손승락은 4억3000만 원을 받는다. 타율 0.302에 16홈런 90타점을 기록한 두산 김현수는 3억1000만 원에서 4억5000만 원으로 연봉이 훌쩍 뛰었다.
◇ 형평보다 차등, 구단들의 인식 변화
3년 전만 해도 FA와 해외 복귀파를 제외하고 연봉 4억 원 이상 선수는 이대호(소프트뱅크)와 류현진(LA 다저스)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각 팀의 간판 선수가 얼추 4억 원을 받는다.
이런 간판 선수의 몸값 인플레이션은 연봉 협상에 대한 구단의 인식이 바뀌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다수의 구단은 잘한 선수에 기대 이하의 금액을 제시해 마찰을 빚었다. 대신 못한 선수에는 비교적 후했다. 한마디로 적게 올려주고 적게 깎는 구조였다.
2011년 타율 0.326 15홈런 83타점을 올린 손아섭은 이듬해 5000만 원 인상된 1억3000만 원에 계약했다. 2010년 타율 0.317 24홈런 89타점을 친 김현수의 연봉은 고작 1800만 원 오르는 데 그쳤다. 구단은 팀워크와 상대적 박탈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부작용이 생겼다. 간판 선수는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아 사기가 꺾였다. 연봉이 삭감된 선수는 못 해도 많이 안 깎이니 나태해졌다. 한 구단 관계자는 "잘한 선수엔 확실하게 보상해주되 못한 선수는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확 깎았다. 그래야 프로로서 생각이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15경기에 나와 5승에 머문 넥센 김병현은 6억 원에서 2억 원으로 연봉이 3분의1 토막이 났다.
구단은 성과주의가 잘한 선수에 동기를 부여하고, 좀 처진 선수에는 건강한 자극이 될 거라 믿는다. 박병호와 손아섭, 김현수를 보면서 '나도 성적을 내 저만큼 받겠다'는 의욕을 불어넣어 동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단 입장에선 돈을 잘 쓰는 게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