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회 출연한 원조 가수는 방송 다음 날 종일 포털사이트 검색어를 독식했고, 공연 티켓 판매율까지 올라갔다. 새로운 스타들도 탄생했다. 외모가 중요시됐던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달리 100% 실력만으로 평가된 모창 능창력자들이 속속 등장해 인기를 끌었다. 시청률은 지상파를 제칠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지난 18일 방송은 6.9%(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방송된 MBC '세바퀴(6.6%)'를 앞질렀다.
이날 방송은 수도권 기준으로 7.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히든싱어2'가 놀라운 성적을 낸 건 시즌1 보다 더 긴장감 넘치고 흥미로운 반전드라마를 펼쳐냈기 때문이다. 시즌1에서는 원조가수만 줄곧 1등을 했다. 하지만, 시즌2에선 신승훈과 조성모가 모창능력자에게 우승 자리를 내어주는 등 '대이변'이 발생해 보는 재미를 더했다. 그만큼 모창능력자들의 실력이 뛰어났고, 원조가수와 모창능력자들의 경합도 치열했다. 땀 흘려 만들어낸 모창능력자들의 완성도 높은 무대는 원조가수들을 눈물짓게 만들었다. 그 감동은 시청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이제 시즌2는 25일 방송되는 최종회만 남겨둔 상황. 3회에 걸친 왕중왕전에서 톱3에 뽑힌 '임창정 모창능력자' 조현민·'조성모 모창능력자' 임성현·'휘성 모창능력자' 김진호를 지난 13일 서울 중구 순화동 JTBC에서 만났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결승전을 앞둔 이들은 "원조가수와의 경합에서 얼굴을 숨긴채 한 소절만 부를 때 뭔가 아쉬운 게 많았다. 그런만큼 결승전에서 한 곡을 완창할수 있어 신이 났다. 제대로 준비해 멋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무대에 오를 생각에 들뜬 모습. 그러면서도 세 사람은 하나같이 "우승은 중요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평소 좋아했던 가수를 만났고 함께 무대에 섰다는것 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경험을 한 것"이라고 말하는 세 사람의 표정에는 '꾸밈'이 없었다. 그 자리에 있는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보였다.
-방송 출연 후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졌을 것 같다.
(김진호, 이하 김) "휘성 편 방송이 나가고 2주 동안 길거리를 걸으면 사람들이 '히든싱어' 아니냐고 말을 걸었다.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셔서 사실 좀 놀라고 의외였다."
(조현민, 이하 조) "임창정 편 방송 보다 왕중왕 전 방송 나가고 더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시는 것 같다. 왕중왕 전 이후에 백화점에 가서 쇼핑을 했는데 그때 사람들이 알아봐주시고 말을 걸더라. '히든싱어' 연습과 녹화를 위해 부산에서 서울로 여러번 올라왔는데 기차 안에서도 몇 몇 분들이 사인 및 사진 요청을 하셨다. 태어나서 이런 경험은 또 처음해본다. 신기하다.(웃음)"
(임성현, 이하 임) "사인도 부탁하고 알아봐주시는 분도 많다. 이런 상황이 아직은 좀 부끄럽고 민망해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 빨리 내 갈 길을 간다. 평소 다니는 연신내 미용실에선 직원분들이 알아보셔서 10% 할인도 받았다."
-조성모 편에선 원조가수가 2라운드에서 떨어졌다. 당시 분위기는 어땠나.
임 "모창능력자들끼리 녹화 들어가기 전에 1라운드에서 원조가수가 떨어지지 않으면 그 이후엔 평가단들이 목소리를 알아채기 때문엔 이길 가능성이 없다는 얘기를 했다. 1라운드부터 최선을 다해서 잘해보자고 서로 응원하고 무대에 올랐다. 하지만 2라운드에서 성모 형이 진짜 떨어져서 모창능력자들 모두 깜짝 놀랐다. 사실 가수가 먼저 떨어지면 기분이 좋을 줄 알았는데 좋아하고 존경하는 가수가 떨어지니깐 팬심이 막 올라오면서 오히려 기분이 우울해지더라. 방송에서 MC 전현무씨가 말씀하신대로 우리는 CD를 들으면서 연습했는데 형은 그동안 많이 창법도 바뀌고 목소리도 성숙해지셔서 평가단들이 헷갈리신 것 같다."
-휘성 편에서 태진아가 소속사 가수로 김진호씨를 영입하고 싶다고 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김 "지금 계속 얘기가 오가고 있는 단계다. 긍정적으로 진행 중이다. 확실하게 정해진 건 없다."
-결승전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조 "아직 어떤 노래를 부를지 안 정했다. 조홍경 트레이너님과 창정이 형, 작가님과 잘 의논해서 노래부터 정해야할 것 같다. 왕중왕 전에서 부른 '소주 한 잔' 반응이 너무 좋아서 사실 결승전에서 어떤 노래를 불러야할지 더 걱정이 많이 된다."
임 "성모 형이 국민가수인데다 워낙 명곡이 많아서 어떤 노래를 불러야할지 모르겠다. 노래를 고르는 작업이 꽤 힘들다."
김 "특별히 준비하는 건 없다. 다만 듣는 귀가 많아졌고 기대치가 높아져서 이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최선을 다할 거다. 우리 세 사람과 시청자들이 다같이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결승전에서 한 곡을 완창해야한다. 떨리지 않나.
김 "생방송이라서 혹은 결승전이라서 떨리는 건 없다. 사실 왕중왕전 때 부터 안떨렸다. 오히려 휘성 편 녹화 때 엄청 떨었다. 무대위 설치된 가림막 안에서 노래를 부르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그때 엄청 긴장했다. 가림막 밖의 상황을 전혀 모르고, 관객들의 표정이 안보이니깐 더 떨리더라."
조 "부담은 되는데 이상하게 떨리진 않는다.(웃음) 왕중왕 전 때 처음으로 한 곡을 완창했는데 그 때도 대기실에서 '난 왜 안떨리지?'라는 생각을 했다. 나 역시 진호처럼 가림막 안에서 한 소절씩 노래를 부를 때만 떨었다. 그 이후엔 긴장하지 않았다."
임 "왕중왕 전에서 현민이 형이 285표를 받았다. 많은 표를 얻은 걸 본 뒤 그때부터 엄청 긴장되기 시작했다. 떨리긴 하지만 시청자 분들 앞에서 한 곡을 완창할 수 있는 기회가 또 주어져서 신나고 좋다. 사실 그동안 한 소절 씩만 불러서 아쉬운 게 많았다. 한 곡을 다 부르는 게 훨씬 감정 전달하기도 좋고 재밌다. 파이널에서 진짜 좋은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다."
-'히든싱어'2에 출연하고 얻은 게 있다면.
김 "동영상 조회수를 얻었다. 하하. 휘성 편을 다시보기로 본 분들이 엄청 많더라. 깜짝 놀랐다."
임 "관심을 얻은 것 같다. 사실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면서 인지도가 없어서 무대를 설 때 마다 '쟤 누구야?'라는 말을 제일 많이 들었다. 또 '얼마나 잘하나 보자'라는 눈빛으로 무대를 보는 관객들도 있었다. 하지만 '히든싱어2' 출연 이후엔 내가 무대에 오르는 것 자체를 관객들이 반겨주는 분위기다. 노래를 하는 사람에게 관심은 그 어떤 것 보다 소중하다."
조 "부모님에게 기쁨을 드릴 수 있어서 좋았다. 감성팔이해서 동정표 받는다는 얘기를 듣고 싶지 않아서 방송에선 얘기하지 않았는데 사실 아버지가 림프종으로 투병 중이시다. 재작년까지 엄청 고생하셨는데 이 가운데 작은 기쁨이라도 드릴 수 있어서 좋았다. 담당 의사 선생님이 병원에서 1년 6개월 간 투병하고 집중적으로 치료를 받을 때 보다 지금 건강상태가 훨씬 좋다고 하시더라. 아버지에게 작은 즐거움을 드릴 수 있어서 행복하다. '히든싱어'에게 고맙다. 같이 출연한 동생들과도 좋은 인연을 맺었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된 것도 '히든싱어'를 통해 얻은 것이다."
-각자 라이벌은 누구인가.
김 "현민이 형이다. 왕중왕 전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강력한 우승후보다."
조 "성현이가 우승을 할 것 같다. 왕중왕 전에서 성현이가 노래를 부를 땐 진짜 조성모 형님 CD를 틀었는 줄 알았다."
임 "둘 다 막강한 라이벌이다. 생방송은 시청자 투표도 받으니깐 인기 많은 진호가 많은 표를 얻을 것 같다. 또 현민의 형은 왕중왕 전으로 엄청난 이슈를 끌었으니깐 그 기세를 몰아서 좋은 성적을 얻을 것 같다. 둘 다 정말 실력이 대단하다."
-우승 상금 2000만원을 받으면 어떻게 쓰고 싶나.
임 "조성모 편에서 우승해서 2000만원 상금을 받았다. 세금을 제외하고 1900만원 정도가 통장에 들어왔다. 그때는 부모님에게 전액을 다 드렸다. 이번에는 300만원 정도 힘든 어린이들에게 기부하고, 나머지는 부모님께 드리고 싶다. 부모님이 아직 갚아야할 전세대출액이 있다. 도와드리고 싶다."
조 "사실 우승 여부는 중요하지 않지만 만약 우승한다면 소고기를 사먹을거다. 사장님을 포함해서 부산 회사 분들과 회식을 하고, 나머지는 아버지 병원비로 쓸 예정이다."
김 "경제적 자립을 하고 싶다. 대학생이라 그게 불가능한데 이번에 우승한다면 자립을 해보고 싶다. 우승 상금을 받으면 학자금과 용돈으로 쓸 계획이다."
-가창력이 뛰어난데 가수할 생각은 안 했나.
조 "에이. 그런 건 생각도 안 해봤다."
임 "타 방송사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간 적이 있는데 다 떨어졌다. 그나마 성적이 좋았던 건 MBC '위대한탄생' 시즌3에 나갔을 때였다. 그때 합숙 미션까지 올라갔는데 심사위원이었던 김태원씨가 '목소리가 아름답고 미성인데 안타깝게도 미성 시대는 다 지나갔다'고 평을 하시며 탈락시켰다. 그 이후로 뮤지컬 배우로만 활동했는데 '히든싱어2'로 미성이 좋은 쪽으로 부각돼 기쁘다. 기회가 된다면 나와 성향이 맞는 소속사와 계약하고 제대로 활동해보고 싶다."
김 "가수를 포기한 건 10년이 넘었다. 고등학교 들어가면서 음악은 취미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나도 '위대한탄생'에 나간 적이 있는데 예선에서 떨어졌다. 그 이후론 가수 오디션을 안 봤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는.
김 "간절이 원하면 이뤄진다는 내 좌우명을 증명해낸 것 같아서 기쁘다. '히든싱어'를 통해 정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했다. 어떤 고난과 역경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은 것 같다. 앞으로도 힘들 때마다 '히든싱어'를 생각하면서 잘 이겨내고 싶다. 진로에 대해선 아직 고민 중이라 딱히 할 말이 없다. 가수의 꿈을 계속 밀고 나갈지 말지도 아직 모르겠다."
조 "내 꿈은 소박하다. 아버지의 건강이 완치되는 게 꿈이다. 가족들이 다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외동아들인 내가 잘 살아야할 것 같다."
임 "앞으로도 노래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노래와 무대가 좋다. 또 성모 형처럼 나 역시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고 싶다. 꿈을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이뤄질 수 있다는 걸 내가 보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