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영(24)이 귀여운 이미지를 털어내고 '교내 일진'을 연기했다.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피끓는 청춘'(이연우 감독, 22일 개봉)에서 알아주는 '싸움짱' 영숙 역을 맡았다. 충청도내 고등학교에서 모르는 이들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날라리'. 하지만 막상 바람둥이 이종석(중길 역)의 마음을 얻지 못해 애를 태운다. '늑대소년' '과속스캔들' 등 전작에서 보여준 깜찍한 외모는 이번 영화에서도 여전하다. 하지만, 눈빛이 변했다. 작은 입에서 튀어나오는 육두문자도 관객을 놀라게 만든다. 욕설 뿐 아니라 거침없이 주먹을 날리는 과감한 모습도 보여준다. 기존 이미지와 확연히 다른 캐릭터로 웃음을 자아내며 보는 재미를 더한다. 이 정도면 성공적인 변신이다.
-'일진'을 연기했는데 여전히 귀여워보이더라.
"에이, 그럼 실패다. 무서워보여야하는건데.(웃음) 매번 좀 달라보이고 싶어 신경을 많이 쓴다. 이번 캐릭터 역시 다른 모습을 보여줄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 좋아하는 남자를 지켜줄수 있는 여자라니 참 멋있지 않나. 욕설과 싸움까지 소화해야하는게 부담이 됐지만 시도해보고 싶었다."
-욕을 안 하던 사람이 육두문자를 자연스레 내뱉는게 쉽진 않았을것같다. 어떻게 연습했나.
"중학교때 친구들과 비속어 섞어가며 대화했던 적은 있는데 그 뒤로는 욕을 하지 않고 살았다. 그래서 엄청나게 연습을 했다. 처음엔 집에서 연습했는데 가족들 보기에 좀 그렇더라. 그래서 차를 몰고 다니며 연습했다. 운전대를 잡으니 욕설을 연습하기에 가장 멋진 환경이 만들어지더라.(웃음) 사실 내가 운전을 잘하진 못한다. 스스로도 답답하니 다른 운전자들 보기엔 어떻겠나. 도로에서 여러 상황을 겪으며 연습하다보니 자연스레 욕이 입에 배어들더라. 습관이 될까봐 영화 끝나자마자 욕을 잊어버리려 노력했다."
-이세영과 싸우는 장면도 일품이더라. 머리채 좀 잡아본 것 같던데.
"아니다. 정말로 머리채잡고 싸워본게 태어나서 처음이다. 그 장면 찍고 난뒤에 어떻게 싸웠는지 기억도 안 나더라. 그 정도로 정신없이 찍었다. 컷 사인 떨어지고난 뒤엔 세영이와 함께 울면서 서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래놓고 나중에 모니터를 보니 정말 죽일듯이 싸우고 있더라.(웃음)"
-이종석과의 호흡은 어땠나.
"종석 오빠는 참 아기같다. 애교가 넘치고 장난기도 많다. 대개 오빠들이 '보영아 밥 먹었냐'고 묻지않나. 그런데 종석 오빠는 '보영씨 밥먹었어용'이라고 애교를 떤다.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 무대인사를 할때도 '네가 먼저 들어강'이라며 나를 밀더라. '이런건 남자가 앞장서주는거야'라고 하니 확 돌변해서 '오빠만 믿어'라고 표정까지 바꾸고 나가더라. 참 귀엽다."
-여전히 교복과 잘 어울리더라. 20대 중반인데 10대 같아보였다. 동안을 유지하는 비결은 뭔가.
"얼굴 뿐 아니라 체구가 워낙 작아서 동안으로 보이는거다. 예전엔 너무 어리게만 보이는게 불만이었다. 그러다가 지금은 그냥 받아들이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팔다리가 길쭉길쭉한것도 아니고 아무리 노력해도 섹시해보이지도 않는다. 굳이 메이크업을 진하게 하고 어른으로 봐달라고 하는것도 참 아이러니한 일 아닌가. 흘러가는대로 살다보면 언젠가 어른으로 봐주지 않을까. 교복도 입을수 있을때 마음껏 입어보려고 한다."
-여러 남자의 사랑을 받는 드라마 주인공도 한번 해보고 싶지 않나.
"얼마전 '상속자들'을 보면서 박신혜라는 배우가 예쁘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그 정도 되니까 여러 남자들의 사랑을 받는다는 설정을 시청자들이 받아들일수 있는거다. 내가 그 자리에 있다면 보는 분들이 이해를 못하실것 같다.(웃음) 그런걸 떠나 드라마는 나 역시 욕심이 난다. 몇 차례 드라마 출연 얘기가 나오다가 무산된 적이 있었다. 지금도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 작품이 있긴 한데 촬영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마음을 놓을수가 없다. 정말 모든게 확실해지면 그때 '드라마 출연하게 됐다'고 당당히 말하고 싶다."
-스스로 예쁘다고 생각해본적은 없나.
"없다.(웃음) 연예계엔 정말 예쁜 사람들이 많다. 시상식장에 갔다오면 잔뜩 주눅이 들어서 돌아온다. 먹는걸 좋아해서 팔뚝살이 빠지질 않는다. '피끓는 청춘'을 찍으면서도 밥차의 음식이 너무 맛있어 열심히 먹어댔다. 그러고선 '영숙이 캐릭터는 다부져야해'라며 스스로 위로했다. '여배우'라는 표현도 아직 낯설다. 현장 스태프들도 편하게 '나름 여배우' '그래도 우리 여배우'라는 말로 불러준다. 솔직히 화면상에서 괜찮아보이는것도 다 카메라·조명감독님들이 예쁘게 찍어줘서 그런거다."
-활동경력에 비해 작품수가 많은건 아니다.
"나도 안다. 여러 작품을 두고 동시에 작업하는 배우들도 있던데 난 그게 잘 안된다.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아직 많이 모자란거다. 그러다보니 작품수가 많지 않고 주변에서 '너무 가리는거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언젠가 하정우 선배를 만난 적이 있는데 '가리지말고 뭐든 다 해보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거 정말 오해다. 가리는게 아니라 빠르게 작품을 선택하고 준비할만한 능력을 갖추지못해 그런거다. 어쨌든 올해 목표는 꼭 한 작품 더 하는거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