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적 의미는 행사나 사업에 돈을 대는 기업이나 사람이다. 단어 자체에 긍정이나 부정의 의미가 담겨 있지 않다. 하지만 스폰서라고 하면 검은 그림자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연예인에 경제적인 지원을 해주고 그 대가를 바라는.
프로야구에도 연예계처럼 스폰서가 있다. 은퇴한 수퍼스타 정수근(37) 베이스볼긱 위원이 고백했다. 이들이 무엇을 하느냐. 똑같다. 선수들의 돈줄이다. 돈 주고 술 사주고 여자 소개해준다. 스폰서가 받는 건 없다. 스타 야구 선수와 어울리는 것 자체를 낙으로 삼는다. 시쳇말로 '가오' 잡는 거다.
스폰서 얘기, 베이스볼긱과 만난 정수근 위원이 술을 화제에 올리면서 나왔다. "마무리 훈련도 다 끝나는 이 시기가 선수들이 1년 중 가장 많이 마실 때인데"라는 말을 하다 브레인스토밍이 됐다. "한번 써버릴까"라며 잠시 고민했지만 "검색어 1위 한번 가보자"며 시원하게 터뜨렸다. 정수근 위원과 대화를 나누면서 "실제로 있었던 일인가"란 질문이 자주 나왔다. 듣고도 믿기지 않아서였다. 그는 그때마다 웃으며 말했다. "뭐, 믿거나 말거나다." 베이스볼긱은 일간스포츠가 만는 모바일 야구신문이다.
- 야구 선수들은 겨울이 심심하겠다.
"뭐가 심심해? 이 시기에 편하게 술 마시잖아. 훈련이 있어 뭐가 있어?"
그는 롯데 시절을 떠올렸다. "롯데에 갔을 때 선수들과 친해지려고 2004시즌 전에 술을 많이 마셨다. 밥 먹으면서 친해질 수는 없잖아. 당시 롯데는 꼴찌였다. 성적이 안 나오다보니 선수들 연봉도 낮았다. 걔들 연봉으로 룸에서 술 못 마신다. 한달 치 월급을 다 써야 되는데…." 그는 뭔가 생각난 듯 스폰서로 화제를 돌렸다. 롯데에서 스폰서를 만나 술을 많이 얻어먹었다고 했다.
- 처음에 어떻게 연결이 되나.
"술자리에 우연하게 합석하는 경우가 있고. 아는 분의 소개. 그게 가장 많지."
- 스폰서가 부르면 백이면 백 다 나가겠다.
"그럼. 그렇게 합석하다가 술 한 잔 마시게 되면 급속도로 가까워지게 되는 거지. 그 이유 중 하나는 냉정하게 내가 돈 주고 마실 수 없는 술을 마음껏 먹을 수 있고, 예쁜 아가씨들이 함께 하기 때문이지. 악마의 유혹이 시작되는 거다."
- 얼마나 자주 만나나.
"한 달에 한 번 정도. 서울에 원정 오면 3연전 내내 만나는 선수도 있다. '형님 저 갑니다' 하면 술 사달라는 이야기다."
- 운동에 크게 지장은 없을 것 같은데.
"악마의 유혹이 시작되면 한 달 한 번이 주 2~3회가 되겠지. 술을 마시고 많은 여자들을 만나기 시작합니다. 술 자리에는 아무래도 많은 여자가 있고, 여자가 있다 보면 운동에 대한 집중도가 많이 떨어지죠. 텐프로에서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미인들과 술자리. 그 유혹을 어느 누가 피할 수 있겠나. 사실 내 와이프보다 이쁘더라. 총각 선수일 경우 술집 아가씨와 사귀기도 한다. 유부남들도... "
- 구단이나 감독 귀에는 안 들어가나.
"모든 사항은 비밀리에. 4~5평 방에서 술 마시는데 어떻게 알겠나. 사실 관여할 문제도 아니다. 개인적인 일인데."
- 스폰서는 뭐하는 사람들인가.
"개인 사업가가 많다. 재벌 2세와 지역 유지도 있고. 다들 야구를 좋아해 선수와 친하게 지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다. 형 동생 하면서 친구들한테 폼도 잡고. 야구 선수를 연예인보다 더 우상으로 여긴다."
- 가장 좋은 선물은 무엇이었나.
"현찰이지. 지갑에서 백만원 짜리 수표를 꺼내준다. (얼마까지 받아봤는가라고 묻자) 한 달에 오백은 기본으로. 개인적으로 돈도 많이 뺏었다."
-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다.
"아 어떻게 풀어가야 되지? 경기가 끝나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다는 일명 텐프로. 술은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절세의 미인들과 술자리를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많은 양의 술이 홀짝홀짝 들어가 새벽 5시까지 이어졌다. 다음날 경기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러면 너무 뻔하고. 정확히 이야기하면 팬들이 또 찾아낸다. 좀 잔인하게는 써야할 거 아니야. 외야수로서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기본적인 플라이를 놓친 적이 있다. 아무래도 술을 많이 먹어 다음날 경기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재미있는 일도 있었다. 선수들과 맥주를 마시다가 스폰서가 전화가 와 같이 갔다. 내가 스폰서 지갑을 달라고 해 선수들에 현금 200씩 나눠준 적이 있다. 용돈으로. 이 당시 롯데 선수들이 연봉을 적게 받아 챙겨주고 싶었다. 왜? 그 분은 돈이 많았기 때문이다."
- 웬만한 스타 선수면 스폰서가 다 있을 것 같다.
"다 있다고 봐야지. 차이는 좋은 스폰서를 만나느냐, 나쁜 스폰서를 만나느냐 하는 거지."
- 지방에도 있나.
"있지. 다 있지는 않지만 거의 다 있다."
- 선수 한 명당 여러 명 있을 수도 있겠다.
"보통 2~3명 정도다."
- 술 마시자고 해도 다른 요구를 안 하니 순수한 것 같다.
"처음에는 좋았으나 몸이 지쳐 호텔에서 쉬고 싶은데 새벽 2~3시에 불러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술 자리를 해야 하는. 한마디로 얼굴마담을 해야 하는 일도 많았다. 나쁜 스폰서지."
- 거절해본 적도 있나.
"있지. 그러면 사이가 급격하게 나빠진다."
- 관계가 언제까지 유지되나.
"선수 생활할 동안. 스폰서들이 떠나가는 주된 이유는 둘의 성격이 맞지 않거나 스폰서의 사업이 망한다거나 해서다. 은퇴한 뒤에도 연락하는 사람도 있다. 나 같은 경우 후배들을 연결해줬다. 나 몰래 내 스폰서에게 연락해 술 사달라고 했던 선수도 있었다. 아, 그 녀석."
- 아까 나쁜 스폰서 좋은 스폰서가 있다고 했다. 어떤 스폰서가 좋은 스폰서인가.
"선수들 가끔 불러서 운동에 방해 안 주고 진짜 우정을 나누는 스폰서가 있다. 타 구단 선수 얘기다. 어릴 때부터 보약 지어주고 몸에 좋다는 거만 사주는 거야. 운동만 열심히 하라고. 지금 최고가 돼서 일본에 가 있어. 좋은 스폰서는 신인 때부터 그 선수 싹을 보고 조금만 서포트 해주면 훌륭한 선수가 되겠다 싶은 마음을 갖고 있다. 형 동생하며 정신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사이다."
- 그 스폰서 누구인가. 좋은 사람인데 밝힐 수도 있지 않나.
"그냥 사업가야. 누구라고 얘기하면 안 되잖아."
- 후원자 같은데.
"후원자라 하지 말고 나누자고. 좋은 스폰서, 나쁜 스폰서. 그래야 재미있지."
- 정수근 위원은 좋은 스폰서를 만나본 적 없나.
"천사도 있었다. OB시절 좋은 음식과 보약 많이 챙겨주시고 항상 식사 자리를 마련해 운동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신 분들이 계셨다. 그런데 내가 야구를 잘 하고 많은 돈을 받으면서 그 분들을 잊었다. 롯데에 가면서 악마의 유혹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 분들이 아직도 마음 속에 남아 있다."
- 스폰서 중에 여자는 없었나.
"없었다. 다른 선수들도 없었다."
- 그 한 명 있지 않나.
"여자 스폰이지. 요즘은 조용한 것 같은데 소문이 다 나서. 오랜 전부터 알던 친구다. 그냥 유명한 마담뚜였다. 너네가 정리 잘 해야 해. 이름을 밝힌 건 아니니 피해갈 건 없긴 한데."
- 이 시기에 유혹이 심하겠다.
"비활동기간이 스폰서를 가장 많이 만날 때다. 특히 FA로 이적한 선수들에게 악마의 손길이 다가오게 된다. 선수들이 판단을 잘 해야 한다. 잘못 판단하면 나처럼 될 걸."
- 궁금한 게 하나 있다. 이대호는 스폰서가 없었나.
"유혹이야 많았지. 대호는 가정을 먼저 생각해 빠지지 않았다. 유혹을 뿌리쳐야 성공할 수 있다."
그는 "이야기 예쁘게 써야 돼. 읽으면 읽을수록 재미있게. 예상 안 가게"라고 주문했다. 그는 "다음에는 바람피는 선수들 쓸까봐. 바람 잘 피는 프로야구 선수들. 그럼 난리 나겠네"하며 크게 웃었다.
참고 : 이 이야기는 정수근 위원이 현역 시절 경험을 위주로 쓴 글입니다. 사실일 수도, 지어낸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정수근 위원의 좀 더 톡톡 튀고 오감을 자극하는 생생한 이야기는 일간스포츠가 만든 최초의 모바일야구신문 베이스볼긱 앱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안드로이드폰 다운로드][아이폰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