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평가전 한국 대표팀과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와의 경기. 1회초 1사 1루 한국 이정후가 1루타를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후배들도 자기 번호 달고 국가대표 뛰어봐야죠."
2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신 타이거스와의 공식 평가전.
이날 3번 타자·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이정후의 등번호는 다소 생소했다. 키움 히어로즈 시절부터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까지, 늘 '51번'을 고수해 온 그가 이번 평가전에서는 '22번'을 등에 새기고 그라운드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정후는 평가전뿐만 아니라 WBC 본 대회에서도 22번을 달고 뛴다. 등번호 변경은 지난 2월 최종 엔트리 발표 당시 이미 예고된 바 있으나, 이정후가 실제 22번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선 모습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주)조아제약과 일간스포츠가 공동제정한 '2025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 시상식이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라움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사인하고 있다. 국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일간스포츠-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은 1977년 출범 이후 48년의 역사를 이어온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프로야구 시상식이다. 올해 시상식은 전통 시상식의 틀을 뛰어넘어, 팬들이 참여하는 토크쇼, 특별사인회 등 다채로운 행사로 거듭났다. 특별취재단/2025.12.02/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 힌트는 지난해 12월 열린 조아제약 프로야구 시상식 인터뷰에 있었다. 지난해 12월 본지와 조아제약이 주관하는 프로야구 대상 시상식에서 이정후는 MLB에서 한국 야구의 위상을 드높인 공로를 인정받아 '특별상'을 수상한 바 있다.
수상 후 이정후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등번호 욕심이 없다"라고 운을 뗀 뒤, "후배가 대표팀에서 자기 번호로 뛰는 경험을 꼭 해봤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정후가 말한 '후배'는 문현빈(한화 이글스)이었다. 문현빈도 소속팀에서 51번을 달고 뛰고 있다. 두 선수가 국가대표에서 만난다면 이정후와 등번호가 중복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지난해 11월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5 K베이스볼 시리즈 대한민국과 일본의 평가전. 4회말 1사 1루 최재훈 타석 때 1루에 있던 문현빈이 2루 도루에 성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정후는 "(등번호 선택권은) 보통 선배들에게 우선권이 있다. 그러다 보니 비슷한 나이대의 후배들은 자기 번호를 한 번도 못 달고 국가대표 생활이 끝날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를 대표하는 번호를 달고 국가대표로 경기를 나가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잘 안다. 난 이미 그 경험을 해봤으니, (문)현빈이도 같은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라며 애착이 깊은 등번호를 흔쾌히 양보했다.
등번호는 어색했지만, 실력은 그대로였다. 이날 이정후는 1회초 김도영의 내야 안타로 만든 기회에서 시원한 중전 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안현민의 적시타 때 홈을 밟으며 귀중한 추가 득점을 올렸다. 한국 대표팀은 이정후의 활약 속에 3-3 무승부를 거두며 실전 감각을 조율했다.
2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평가전 한국 대표팀과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와의 경기. 5회초 1사 1루 한국 이정후가 아웃된 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기 후 이정후는 가장 먼저 그라운드로 나와 동료들을 격려하는 모습을 보이며 가슴에 새겨진 'C(Captain)', '주장'의 품격을 제대로 보여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