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대작 '어벤져스2'의 국내 촬영에 뜨거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적극 유치전에 나섰던 서울시는 홍보에 열을 내고 있다.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어벤져스2')는 아이언맨과 헐크 등 마블사의 슈퍼히어로 캐릭터들이 한데 모여 적에 맞서는 상황을 보여주는 블록버스터 영화. 극중 어떤 식으로 서울이 묘사될 지도 모를 일인데다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마포대교와 상암동 일대가 전면통제되면 서울시내 교통이 혼잡해질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관계자들은 할리우드 대작의 촬영을 유치하게 됐다며 마냥 들떠 장점만 부각시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800억 이상의 연간 수익이 기대된다며 함께 들떴다.
과연 '어벤져스2'를 한국에서 촬영하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이길래 이렇게 다들 들떠 있는 지, 촬영 유치와 관련된 속얘기를 짚어봤다.
▶영진위·문체부 "'어벤져스2' 촬영유치로 800억원대 수익 예상"
'어벤져스2'가 한국에서 촬영된다는 사실이 알려진후 현재까지 관계자들은 긍정적인 부분을 어필하며 대중의 호응을 끌어내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벤져스2'의 서울 로케이션 소식을 거론하며 '지난해 서울시가 촬영지원한 영화가 252편에 외국영화도 16편이다. 모두 서울을 소개하는 것이니 어찌 협력을 게을리하겠나'라며 시민들의 협조를 구했다. 이어 18일에는 한국관광공사와 영화진흥위원회·서울시와 경기도 등 지자체 관계자 및 마블 스튜디오 등 '어벤져스2'의 한국촬영에 관계된 단체들이 이 영화의 국내 촬영 및 관광활성화를 위한 양해각서 체결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기는 역시 '어벤져스2'의 촬영유치로 얻을수 있는 이득에 관한 것.
이날 영화진흥위원회 측은 "'어벤져스2'의 국내촬영으로 인해 발생할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상당하다. 여러 부문별 산업에 대한 생산유발효과만 약 251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는 약 107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또한, 보조출연을 제외한 주요 부문 고용유발효과도 약 300여명 이상"이라고 발표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측에서도 "'어벤져스2'가 전세계적으로 개봉된후 외국인 관광객의 수가 약 62만명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소비지출로 인해 우리가 얻을수 있는 수익이 연간 약 876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거들었다.
이날 관계자들은 태국영화 '헬로 스트레인저'의 한국촬영을 유치한 이후 발생한 효과를 긍정적인 사례로 소개했다. 이 영화는 한국에 여행온 태국인 남녀의 이야기를 다뤘다. 한국기업 KTCC와 공동제작했으며 영화의 95%이상을 국내에서 촬영했다. 이 영화가 태국에서 개봉된후 국내에 유입된 태국 관광객의 수가 35%나 늘어났다는게 문화체육관광부 측의 분석이다.
▶"시민 불편 초래하면서까지 촬영유치 호들갑 이해 안돼" 부정적 반응도
영화 한편의 촬영을 유치하면서 무려 900억원에 육박하는 수익이 예상된다는 발표가 나오자 대중의 호응 역시 더 뜨거워졌다. 이미 '어벤져스' 시리즈의 팬들이 열띤 반응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장점을 부각시켜 더 큰 박수를 끌어내고 있다. 그렇지만 일각에서는 '문제점도 많다'는 부정적인 견해가 나오고 있다. '과연 긍정적인 수익창출효과가 발생할 것인가'라는 반문, 그리고 '할리우드 대작 한 편을 유치하는게 이 정도로 호들갑을 떨만한 일이냐'는 지적이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문체부 등 '어벤져스2'의 국내 로케이션 연관 단체들은 한국을 아름답게 묘사한 해외영화의 사례를 제시하며 '이번 촬영 역시 적극 지원해야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헬로 스트레인저'와 같은 영화는 한국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할만한 작품이다. 하지만, '어벤져스2'에서 서울이란 도시가 어떻게 묘사될지는 모르는 일"이라며 "만약 악당들에게 무참하게 짓밟히는 과정이 치열하게 묘사된다면 오히려 국내 관객 사이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나올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아직까지 '어벤져스2' 측이 국내에서 어떤 장면을 촬영하는지 알려져있지 않은 상태다. 양해각서 체결식 현장에서도 행사 주최측의 발표만 있었을뿐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지 않았다. 이번 로케이션과 관계된 업체의 한 스태프는 "마포대교와 상암동 DMC 월드컵 북로, 강남대로 일대를 전면 차단하고 촬영을 진행한다. 이 정도 규모라면 전투신이 아닐까 생각된다"라며 "촬영지 인근에 위치한 건물의 소유자 중 한 명이 '우리 건물이 무너지는 장면을 찍는다면 촬영을 허락할수 없다'고 거절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고 귀뜸했다.
'반지의 제왕' 촬영을 유치한 뉴질랜드의 경우 이 영화 개봉 이후 3억 6000만 달러 이상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끌어냈다. 촬영이 진행되던 당시에만 2만여명에 육박하는 고용창출 효과를 누리기도 했다. '반지의 제왕'은 뉴질랜드의 자연경관을 대형 스크린에 인상적으로 그려내며 관광지로의 매력을 돋보이게 했지만, 전쟁신이 대부분인 '어벤져스2'의 경우는 장르상 표현하는 부분이 다를 것이란 게 전반적인 관측.
한 충무로 주요 영화사의 프로듀서는 "앞서 '아이언맨3'에 이어 '겨울왕국'까지 대박이 났다. 할리우드 측에서도 한국시장에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라며 "그 쪽에서 한국시장을 고려해 파트너십을 유지하고자하는 건데 지금 상황을 보면 우리가 너무 저자세를 취하는것 같다. 한국영화 시장이 커져 전세계가 주목하는 상황이니 좀 더 당당히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