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열 통신원은 영국 런던에 거주 중이다. 그는 런던러블리투어가이드 팀장을 맡고 있다. 또 식스플랜(SIXPLAN) 스포츠 컨설팅에서 팀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자연스럽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가 열리는 축구장을 즐겨 찾는다. 앞으로 김상열 통신원이 매주 영국 현지 소식을 생생하게 전할 계획이다.
첼시가 19일(한국시간) 홈인 스탬포드브릿지에서 갈라타사라이(터키)와 2013-2014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을 가졌다. 이번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선 잉글랜드의 아스널과 맨체스터시티가 탈락했다. 잉글랜드 구단의 부진 속에 첼시의 선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원정에서 1-1로 비겼던 첼시는 공격적으로 나왔다. 에투가 선제결승골을 넣었고, 케이힐이 추가골까지 넣으며 2-0 승리를 챙겼다. 그러나 이 경기의 주인공은 골을 넣은 선수들이 아니었다. 승리한 첼시 선수들보다 갈라타사라이이 공격수 디디에 드로그바(36)가 가장 주목받았다.
드로그바는 첼시의 레전드였다. 그는 2004년부터 2012년까지 8시즌 동안 스탬포드브릿지에서 푸른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341경기에 나와 157골(컵대회 포함)을 기록했다. 첼시에서 세 차례 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2011-2012시즌에는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도 견인했다.
그러나 2012년 중국 슈퍼리그의 상하이 선화로 이적하며 첼시를 떠났고, 2013년 갈라타사라이에 입단하며 유럽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전 소속팀 첼시를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지난 2012년 5월 이후 약 22개월 만에 귀환이었다.
언론은 이번 2차전을 '드로그바 매치'라 불렀다. 팬들 역시 '레전드의 귀환'에 뜨겁게 반응했다. 첼시 팬들은 경기장 상단에 "당신은 항상 우리 심장에 살아있어요(Always in our Hearts"라는 배너를 설치했다. 한 팬은 "왕이 귀환했다"는 문구가 담긴 응원판을 들고오기도 했다. 드로그바를 연호할 때 스탬포드브릿지에 모인 홈팀과 어웨이팀 팬들이 하나가 됐다. 장관이었다.
자신의 이름이 조지라 밝힌 첼시팬은 드로그바의 이름이 새겨진 첼시 유니폼을 입고왔다. 등에는 "전설 157 드로그바(Legend 157 Drogba)"라는 문구가 있었다. 그는 "157은 드로그바가 첼시에서 기록한 골 숫자를 의미한다. 오늘 드로그바가 골을 넣고, 첼시가 승리하면 좋겠다"며 "드로그바는 나의 영웅이다. 그의 경기를 다시 볼 수 있게 돼 행복하다"고 감격에 겨워했다. 또 다른 팬은 "환영해요. 드로그바(Welcome Drogba"라는 문구가 있는 유니폼을 입고 왔다.
드로그바 역시 첼시 팬들의 환대에 손을 흔들며 감사의 표시를 전했다. 그리고 자신과 두 차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합작한 주제 무리뉴 감독을 찾아가 볼에 입맞춤을 하고 경기에 임했다. 첼시 팬들의 바람대로 드로그바의 골은 없었다. 그러나 경기를 마치고 팬들은 드로그바를 향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비록 적이지만 자신의 팀을 위해 헌신한 선수를 잊지 않고 사랑하는 첼시 팬들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게 보인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