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가 새 홈 구장에서 열린 역사적인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구장을 가득 채운 2만2000명의 만원 관중이 한 마음으로 타이거즈를 응원했다. KIA는 1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NC와의 홈 개막전에서 선발 양현종의 호투와 상대 실책에 힘입어 짜릿한 1-0 승리를 거뒀다.
광주광역시가 들썩였다. 이날 챔피언스필드는 붉은색 물결로 넘실댔다. 온라인 티켓 1만9000장은 일찌감치 동났고, 오후 4시부터 현장에서 판매된 3000장도 오후 8시25분에 매진됐다.
초호화 퍼포먼스…광주는 축제 중
KIA는 다채로운 개막전 행사를 준비했다. 호원대 뮤지컬학과 학생들이 호랑이가 정글을 평정하는 내용의 집단 군무를 펼쳤고, 원격 조정으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배트가 야구공 모양 애드벌룬을 치는 퍼포먼스와 성화대 점화 등이 이뤄졌다. 초대 손님도 많았다. 걸그룹 '스피카'와 국민가수 인순이의 쇼가 열렸다. 이삼웅 KIA 구단주 대행 겸 사장의 개막 선언과 시장 기념사도 이어졌다. KIA 관계자는 "대통령의 이·취임식을 대행하는 업체인 '연 하나로'가 개막 행사 일체를 맡았다. 최근 이틀 동안 리허설만 20번 넘게 했다"고 말했다.
역사적인 첫 날을 맞이한 팬들 역시 한껏 달아올랐다. 사업비 994억원을 들여 지은 지하 2층·지상 5층 규모의 챔피언스필드는 메이저리그 트렌드를 반영해 필드를 향해 열려있는 메인 콘코스를 적용했다. 샌드파크와 파티 플로어, 서프라이즈존 등 다양한 이벤트석과 함께 친환경 건축물 인증도 받았다. 장애인들도 건축물의 모든 곳을 쉽게 이용하도록 설계됐다. KIA 팬 김상희(39)씨는 "관중석도 넓어졌고 화장실도 깨끗해졌다. 기존 무등구장과 비교해 정말 발전됐다. 좋은 시설에서 우리 KIA 선수들이 진짜 프로야구 챔피언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선수단의 반응도 뜨거웠다. 선동열(51) KIA 감독은 "홈 개막에 맞춰 날도 따뜻하다. 아직 개선돼야 할 점도 있지만, 무등구장보다 월등하게 나은 시설에서 야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KIA 이대형은 "샤워장과 그라운드가 기존 구장과는 비교할 수 없다. 라커룸과 휴식공간이 늘어 참 좋다. 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경기로 보답하겠다"고 덧붙였다.
숨막히는 투수전
양 팀을 대표하는 토종 에이스 양현종(26·KIA)과 이재학(24·NC)은 8회초까지 '0의 행진'을 이어갔다. 양현종은 8이닝 동안 122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챔피언스필드 첫 안타는 NC 박민우가 만들었다. 양현종은 1회 초 톱타자 박민우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던졌으나, 이후 3연속 볼을 내줬고 결국 우중간으로 빠지는 3루타를 허용했다. 그러나 후속 김종호와 이종욱을 삼진으로 잡아냈고 이호준도 범타로 돌려세우며 실점없이 이닝을 마쳤다.
이재학은 4회까지 볼넷 하나만 내주는 등 완벽한 피칭을 이어갔다. 그러나 투구수가 60개를 넘어선 뒤 흔들리기 시작했고, 5회 말 2사 후 안치홍에게 이날 첫 피안타를 기록했다. 7이닝을 3피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은 그는 마운드를 손민한에게 넘기고 내려왔다. 이효봉 XTM 해설위원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왼손 투수 양현종과 사이드암 투수 이재학이 명품 투수전을 펼쳤다. 둘 모두 인상적인 피칭을 했다"고 말했다.
실책과 이대형의 발이 만든 승리
승부는 결정적인 실책으로 갈렸다. 0-0으로 맞서던 8회 말 1사 후 이대형은 NC 2루수 박민우가 송구 실책을 저지르는 사이 1루에 안착했다. 이어 김주찬이 우전안타를 쳤고, 발빠른 이대형은 3루까지 내달렸다. 1사 1·3루에서 이범호는 손민한의 2구째를 받아쳤고 타구는 투수 정면을 향했다. 그러나 손민한은 공을 더듬었고 3루주자 이대형은 홈을 밟는 데 성공했다. NC 포수 김태군이 블로킹을 했지만, 이대형은 재치 있게 왼 발을 홈플레이트에 들이밀었다. 만약 손민한이 제대로 공을 잡았다면 더블플레이까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9회 초 2사 1루. KIA 외국인 마무리 투수 어센시오가 상대 마지막 타자 테임즈를 내야 뜬공으로 처리하자 챔피언스필드에는 '남행열차'가 울려퍼졌다. 붉은 색 유니폼의 팬들은 일제히 기립해 노란색 막대 풍선을 흔들며 목놓아 노래를 불렀다.
승리의 주역인 양현종은 "(포수) 차일목 선배의 볼배합이 좋았고, 위기마다 수비수들이 도와줬다. 새 구장 첫 경기는 우리 팀이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첫 승리투수가 돼 영광이다. 우리 팀을 약체라고들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가을야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결승득점을 올린 이대형은 "승부처라 생각하고 무조건 3루까지 달렸다. KIA에 적응은 다 끝났다. 지금처럼 페이스를 유지하며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말했다.
선동열 감독은 경기 뒤 "챔피언스필드에서 첫 승리를 거둬 기쁘다. 경기장을 가득 채워주신 팬 여러분께 감사하다"며 "선발 양현종이 초반 위기를 노련미있게 잘 벗어났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