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대표팀 사령탑을 확정한 것일까. 대한축구협회는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7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대표팀 후보자 협상과 관련해 중간 상황을 브리핑한다"고 6일 밝혔다. 이에 모두가 이용수 기술위원장의 입을 주목하게 됐다.
이 위원장은 협회 국제담당 임원인 김동대 부회장, 국제업무 경험이 풍부한 국제팀 전한진 부장과 지난 4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출국했다가 6일 귀국했다. 지난달 31일 기술위원회가 선정한 3명의 외국인 지도자 우선협상 대상자 중 1순위 후보로 거론된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62) 감독을 만나고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을 비롯한 협상팀이 판 마르바이크 감독을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과거 외국인 감독 선임 작업에 관여했던 인사들에 따르면 협상 과정에서는 '선(先) 인터뷰 후(後) 조건 논의'가 기본이다. 인터뷰 때 외국인 감독들에게 사령탑을 제안하는 동시에 그들이 한국대표팀을 이끌 역량을 갖췄는지도 검증하는 것이다. 인터뷰 때는 후보자들이 어떤 청사진을 갖고 있는 지와 협회에 어떤 지원을 바라는 지 등 두 질문이 꼭 포함된다고 한다.
인터뷰 후 수락 의사를 듣고 나면 그 때 세부 조율에 들어간다. 이 때는 대부분 감독이 직접 나오지 않고 대리인이나 변호사를 보낸다. 세부 조건을 조율하는 시점까지 협상팀이 계속 해외에 머물 필요는 없다. 국내에 들어와 이메일 등으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고 나중에 한 번 더 출국해도 된다. 이 위원장을 비롯한 협상팀이 이틀 만에 귀국하는 점으로 미뤄볼 때 판 마르바이크와 큰 틀에서 교감을 나눈 뒤 세부적인 조건에 대해서는 좀 더 조율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협회 관계자는 "협상 상황에 대해서는 관계자들이 모두 함구하고 있다. 하지만 곧장 발표를 하는 수순까지는 아닌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앞으로 협상이 성사될 지 여부는 역시 연봉에 달려 있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 당시 네덜란드대표팀을 이끌며 180만 유로(약 25억원)를 받았다. 작년 분데스리가 함부르크 시절에는 연봉이 140만 유로(약 19억원)였다. 이후 특별한 성적을 못냈고 현재 무직이라 몸값이 조금 떨어졌겠지만 역시 협회로서는 부담되는 금액이다. 협회는 최종예선만 통과하면 2018년 러시아월드컵까지 임기를 보장하는 등의 당근책으로 금액을 낮추기를 시도할 공산이 크다. 기본 연봉을 낮추고 옵션을 높여 전체 연봉을 맞춰주는 방안도 거론될 수 있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이 패키지 계약을 요구할 수도 있다. 2004년 후보 중 한 명이었던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은 3명의 코치와 1명의 스태프를 포함해 5명의 총연봉으로 50억원을 요구했다. 연봉이 아닌 다른 이유로 협상이 결렬되는 경우도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1순위 후보였던 에메 자케 감독은 "더 이상 국가대표 감독을 맡을 생각이 없다. 한국이 오기 전 아시아의 다른 나라도 왔는데 같은 이유로 돌려보냈다"며 거절했다. 2007년 말 제라르 울리에 감독은 "가족들이 아시아행을 반대한다"며 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