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16·바르셀로나)는 한국축구 시스템이 키운 선수가 아니다. 기성용(25·스완지시티)이나 손흥민(22·레버쿠젠)도 해외유학을 다녀왔지만 모두 고등학생 때 이야기다. 그러나 이승우는 다르다. 대동초등학교 시절 바르셀로나에 스카우트되어 청소년기를 모두 스페인에서 보냈다. 4년이 지난 지금, 이승우는 괴물이 되었다.
14일 태국에서 열린 일본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16세 이하(U-16) 챔피언십 8강에서 이승우는 60m 이상을 혼자 치고 들어가 골을 넣는 괴력을 뽐냈다. U-16 대표팀을 이끄는 최진철(43) 감독은 "골을 넣는데 타고난 선수다. 드리블이 빠르고 잘 뺏기지 않는다"며 "훈련 때 다른 선수들이 따라하려 하지만 안 된다. 레벨이 다른 선수"라고 극찬했다.
이승우를 가까이에서 오래 지켜본 지도자들의 반응은 대부분 최 감독과 비슷하다. 이승우를 13~15세까지 데리고 있던 정정용 전 U-15팀 감독은 "노력형보다는 천재에 가까운 선수다. 공격적인 성향으로 한국에서는 다시 나오기 힘든 스타일의 공격수"라고 했다. 초등학교 시절 이승우를 발탁했던 강경수 대동초 감독은 "(이)승우는 예상치못한 플레이를 많이 한다. 상대 수비수가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공을 몰고 가 골을 넣는다"며 "공격수에 필요한 재능 대부분을 갖췄다"고 했다. 기량은 누구나 인정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직접 지도한 지도자들도 "(이)승우의 성격이 강하다"며 "팀에 녹아드는 것이 관건이자 숙제"라고 우려했다. 이번 대회에서 이승우는 톡톡 튀는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일본 전을 앞두고는 "우리 경기를 하면 일본은 가볍게 이길 수 있다"고 호기롭게 말했다. 이런 강한 성격에 거부감을 갖는 축구인도 있다. 지난해 바르셀로나 유스팀과 함께 이승우가 한국에 와서 한국 U-15팀과 경기를 가졌다. 당시 지켜본 한 협회 고위 관계자는 "성격이 너무 강하다. 한국 대표팀에서 융화하기 힘들 것이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승우의 아버지인 이영재 씨는 "승우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바이에른 뮌헨(독일)이나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의 유소년팀에 홀로 가 공부했다. 자립심이 강한 아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우도 "매 시즌을 마치고 4~5명의 선수가 팀을 떠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한 성격은 어린 나이로 스페인에서 홀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이승우 만의 생존 방식이다. 이승우의 측근도 "바르셀로나의 스페인 선수도 이승우를 중심으로 뭉친다. 리더십도 갖춘 아이"라고 귀띔했다.
한국축구는 그동안 유별난 성격의 선수를 잘 보듬지 못했다. 박주영(29)과 이천수(33·인천) 역시 청소년 시절에는 이승우 못지 않게 주목 받았다. 그러나 강한 성격을 제어하지 못했고, 팬들의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강한 성격을 인위적으로 지도하는 시대는 지났다. 억압하면 창의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앞으로 성장하면서 이승우 스스로 성숙할 것이다. 이승우 말고도 U-16팀에 좋은 선수가 많은데 2017년 한국에서 열리는 U-20 월드컵에 주역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