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상병' 이정협(23·상주)이 주인공이다. 그는 '대선배' 박주영을 제치고 호주 아시안컵 최종 엔트리에 당당히 포함됐다. 이정협은 생애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15일부터 1주일 동안 제주 전지 훈련을 소화했다. 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0일 제주 전훈 명단을 발표하며 "배고프고 열정적인 선수가 필요하다. 그런 모습을 보이면 깜짝 발탁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정협이 진짜 최종 명단에 포함될 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는 모두의 예상을 멋지게 뒤엎었다. 21일 자체 청백전에서 백호 팀의 일원으로 뛰며 선제골을 넣는 등 합격점을 받았다. 기어이 스스로 힘으로 호주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제주에서 이정협과 함께 경쟁한 나머지 4명의 공격수 강수일(27·제주), 황의조(22·성남), 이종호(22·전남), 이용재(23·나가사키)는 모두 고배를 들었다.
이정협의 동래고 시절 은사인 박형주 전 감독(현 부산 아이파크 매니저)은 '제자'의 가능성을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 중 한 명이다. 박 전 감독은 "덕천중 2학년 때 (이)정협이를 연습 경기에서 처음 봤는데 178cm의 키를 앞세운 헤딩과 슈팅력이 뛰어났다. 동래고로 데려오면 최용수(FC서울 감독)를 잇는 한국의 대형 스트라이커로 키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협이는 평소 워낙 성실하기 때문에 연습대로만 한다면 아시안컵에서도 일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났다.
이정협은 축구를 잘 하기 위해 개명까지 했다. 원래 '이정기'란 이름이었지만 지난 1월 상주 입대 후 2월에 이름을 바꿨다. 원 소속 팀인 부산의 동료 선수 이원영이 과거 이정호에서 개명한 뒤 경기력이 좋아지는 것을 보고 이런 결심을 했다. 이 효과를 본 것일까. 이정협은 올해 말미 생애 최고의 선물을 받았다. 그는 구단을 통해 "대표 발탁 소식에 나도 놀랐다. 개인적으로 대표팀은 처음인데 기쁜 것도 있지만 군인 신분으로 국가를 위해 뛰게 된 것에 책임감을 느낀다. 주어지는 본분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