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대회는 전국대학야구 춘계리그전이다. 지난해 이 대회는 3월 30일부터 4월 17일까지 열렸다. 올해도 비슷하다.
하지만 고교야구 선수들은 추운 1월부터 야구 경기를 한다.
1월 23~31일까지 제주도에서 제주 윈터리그가 열린다. 상원고, 소래고, 유신고, 제물포고, 제주고, 포철고, 효천고 등 모두 7개 팀이 참가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1월 25일부터 2월 4일까지는 고교팀 14개, 대학팀 1개가 참가하는 경남리그가 열린다. 2월에는 대구에서 20개 팀이 참가하는 우수고교초청대회가 열린다. 2월 15~16일에는 부산에서 천우스포츠가 후원하는 천우스포츠배가 열리며, 2월 20일부터 3월 1일까지는 17개 팀이 참가하는 충청 우수고교초청대회가 열린다. 일정은 미정이지만 군산에서도 초청대회를 연다. 1~2월에만 6개 대회가 열린다.
일정이 확정된 4개 대회에 출전하는 팀은 모두 49개다.
1월은 프로야구 선수들도 해외 전지훈련을 하는 때다.
한국에서 야구 경기를 하기에 적당한 날씨가 아니다. 제주도의 경우 지난해 1월 23일부터 31일까지 최저기온이 영상 5도 이하였던 날이 7일이었다. 경남의 경우 지난해 기준, 대회 기간 11일 중 최저기온이 0도 이하가 9일이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육성위원인 한경진 선수촌병원 원장은 “추운 날씨에 경기를 하면 선수 건강에 당연히 좋지 않다”고 지적한다.
한 원장은 2013년 9개 구단 신인 투수 43명을 상대로 부상 관련 조사를 했다. 43명 중 41명이 어깨와 팔꿈치에 통증을 안고 있었다, 27명(65.9%)은 “통증을 참고 투구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고, 21명(48.8%)은 “추운 날씨에 무리한 투구를 했다”고 답했다.
[ 2015 대통령배 고교야구 대회 모습, 사진출처 = J-Photo DB ] 일각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의견을 제기한다.
한 프로구단 스카우트는 “주말리그가 생긴 이후 고교 감독들은 성적을 위해 에이스 투수에 의존한다. 겨울 경기에서는 그래도 여러 선수에게 출전 기회가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어 “아마추어 선수 기량이 과거보다 떨어졌다. 겨울 경기에서 기량이 향상되는 선수도 있다”고 했다.
대다수 아마추어 야구 팀들이 학부모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현실에서 감독이 소신대로 훈련과 경기를 줄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자녀의 취업과 대학 진학을 두고 학부모는 많은 훈련과 경기를 요구한다.
지난해 12월 KBO 윈터미팅에서 한 고교 감독은 “우리 때는 1~2월에 경기를 하지 않았다. 자녀 인생이 걸린 시점에서 학부모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아마추어 야구 선수의 훈련량은 적지 않다.
대한정형외과스포츠의학회지 2007년 논문에 따르면 한국 초등학생은 하루 4.1시간, 중학생은 7시간, 고교생은 8.9시간 훈련을 한다. 프로 선수의 경우 5.2시간이다. 미국 야구협회와 메이저리그는 선수 연령별로 1일 최대 투구수와 휴식일 지침을 만들어 권장하고 있다. 고2~3학년의 경우 최대 투구 수는 105개다. 반면 2012년 한국 고교 3학년 투수는 평균 127구를 던졌다.
일본 고교야구연맹은 12월 1일부터 이듬해 3월 둘째 주 토요일까지 대외 경기를 금지하고 있다. 훈련은 허용하지만 실전은 안 된다. 선수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국제 추세에 비해 한국 아마추어 야구의 훈련과 겨울 경기는 비상식적이다.
일부 감독의 선의와 소신으로는 겨울 야구 경기를 사라지게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대한야구협회 차원에서 규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협회는 1~2월 야구대회 일정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해당 대회들이 협회가 아닌 시도협회 주관으로 이뤄진다는 이유다.
대학입시 비리 등 고질적인 아마추어 야구 문제들이 터지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협회 내분 사태로 이렇다 할 행정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나진균 대한야구협회 대외협력국장은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젊은 지도자의 경우 겨울 훈련과 경기에 부정적이다. 하지만 여러 사람들의 이해 관계가 얽혀 있다.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인 격”이라며 “협회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