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랭킹 1위인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19·한국명 고보경)가 지진 여파에도 올 시즌 첫 승을 들어올렸다.
14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클리어워터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유럽여자골프투어(LET) ISPS 한다 뉴질랜드 여자오픈 최종 3라운드. 이날 현지시간 오후 1시14분(한국시간 오전 9시14분) 대회장에 지진이 감지됐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동쪽 15km 지점에서 규모 5.7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번 지진은 185명이 사망해 뉴질랜드 사상 최악의 재해로 기록된 2011년 크라이스트처치 지진 5주년을 일주일 여 앞두고 일어났다.
지진 여파는 해당 지역인 대회장으로까지 그대로 진동이 이어졌다. 챔피언 조에 속해 우승을 다툴 준비를 하던 리디아 고의 티 오프(오후 1시24분) 바로 10분 전쯤의 상황이었다. 가디언 인터넷판은 "(대회장에는) 10~15초 동안 우르르 거리는 소리가 나고 마구 흔들리는 상황이 일어났다. 클럽하우스도 좌우로 움직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대회는 강행됐고 리디아 고는 결국 승리했다. 가디언은 "리디아 고는 전혀 흔들리지 않은 것처럼 보였고 (그 상황에서도) 첫 홀에서 레귤레이션 파(세이브)로 선두를 질주했다"고 보도했다. 1타 차 단독 선두로 경기를 시작한 리디아 고는 이날 버디 3개, 보기 1개로 2타를 줄여 최종 합계 10언더파로 3명의 공동 2위 그룹을 2타 차로 꺾고 정상을 밟았다.
리디아 고는 이로써 2013년과 2015년에 이어 세 번째 우승이자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리디아 고는 만 12세였던 2010년 이 대회에 처음으로 출전해 주목을 받았고 2013년에는 아마추어 신분으로 우승하는 파란을 일으킨 바 있다.
리디아 고는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티샷을 할 때 지진이 일어나지 않아 다행이었다"며 "뉴질랜드 골프가 지금까지 나를 지원해줬던 것에 큰 감사를 느겼다"고 말했다. 이 대회 출전했던 한국 아마추어 국가대표 최혜진(17)이 최종 합계 8언더파를 기록해 펠리시티 존슨(잉글랜드), 난나 코즈 매디슨(덴마크)과 함께 공동 2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