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김두현(32)이 빠진 프로축구 성남FC가 안방에서 무기력한 경기를 펼쳤다. 리그 선두를 달리던 성남은 13일 성남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2016 5라운드 11위 전남 드래곤즈와의 홈 경기에서 득점없이 비겼다.
'까치(성남 상징) 두목'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핵심 미드필더 김두현이 독감에 걸리자 김학범 성남 감독은 공격수 카드를 모두 꺼내들었다.
성남은 이날 개막 뒤 4경기 연속골을 기록 중인 브라질 출신 골잡이 티아고(23)와 지난 9일 인천 유나이티드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린 황의조(24)를 나란히 최전방에 배치했다. 리그 최고의 골잡이들을 내세운 성남은 초반부터 전남을 수비진을 지속적으로 괴롭혔다.
전반 12분 황의조가 조재철의 패스를 받아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맞았지만 각을 줄이고 나온 전남 수문장 이호승(27)에 막혔다. 전반 31분에는 황의조의 패스를 받은 티아고가 슛을 날렸지만 이호승에 막혔고 전반 36분 피투의 중거리슛도 득점과 이어지지 않았다. 주도권을 쥔 성남은 전반 내내 전남을 몰아치며 득점은 시간 문제처럼 보였다.
하지만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전에 돌입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지친 성남의 공격진은 전반 만큼 파괴력을 보이지 못했다. 개인기가 쉽게 통하지 않지 긴 패스를 통해 한 번에 득점을 노리려는 움직임이 늘었다.
그러나 매번 세밀한 패스에서 2% 부족한 모습을 보이며 득점의 문턱에서 넘어졌다. 덕분에 황의조는 왼쪽 측면으로 길게 흐르는 패스를 전력 질주로 잡기 바빴고 어렵게 잡은 크로스는 수비진에 걸렸다.
그러자 후반 중반까지 힘 한 번 못쓰고 밀리던 전남은 측면을 통해 역습을 펼치며 성남을 흔드릭 시작했다.
김두현처럼 경기를 풀어주면서 결정적 득점 찬스로 이어지는 패스를 넣어줄 선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성남은 김두현이 결장한 지난 2일 포항 스틸러스전에서도 중원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기대를 모았던 티아고의 득점 행진도 멈췄고 인천전에서 부활을 알렸던 황의조도 다시 골침묵에 빠졌다. 성남은 끝내 경기를 풀어내지 못하며 아쉬운 무승부에 그쳤다.
황의조는 경기가 끝난 뒤 "아무래도 선수단을 잡아주는 김두현이 빠진 공백이 있다. 개인적으로도 좋은 패스를 받을 기회가 줄어든다. 그래도 앞으론 김두현 없이도 잘 풀어가는 모습 보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기 전까지 리그 선두를 달리던 성남(승점11)은 이날 광주FC를 2-1로 잡은 FC서울(승점12·4승1패)에 선두를 뺏겼다. 성남은 쑥스러운 개막 후 5경기 연속 무패행진(3승2무) 기록만 이어갔다.
김학범 감독은 경기 뒤 "홈에선 이겼어야 하는데 비겼다.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선수들이 후반 막판까지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며 "후반에 공세를 강화하려고 했는데 체력 문제가 생기면서 의도와는 반대의 내용이 나왔다. 아직은 시즌 초반이니 지금 순위엔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