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바랐던 강호와의 맞대결, 얻은 것도 있고 새삼 부족함을 깨달은 점도 있다. 7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유럽 원정 2연전에서 얻은 성과와 과제를 확실하게 분석해 월드컵 최종예선의 장도에 오르겠다는 뜻을 확고하게 밝혔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6월 A매치 기간 동안 스페인과 체코를 맞아 각각 1-6 패, 2-1 승을 거두며 1승1패로 원정 2연전을 마무리했다. 출범 이후 처음 만난 강적과의 대결을 마친 슈틸리케 감독은 "오스트리아에서 폭풍우를 맞았고 체코에서는 화창한 날씨를 봤다"고 촌평을 남겼다.
평가전인 만큼, 승패라는 결과보다 더 중요한 건 역시 성과와 과제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스페인전 대패 이후 4일 밖에 시간이 없었는데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흔들림 없이 완전히 회복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신력 부분에서 가장 큰 소득을 얻었다고 생각한다"고 이번 원정의 성과를 전했다. 이어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점은 기술적인 부분에서 많이 드러났다. 하루 이틀만에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좁은 공간에서 상대 압박이 심할 때는 그런 문제가 더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고민해봐야할 것 같다"고 전했다.
만족하는 부분, 그리고 아쉬움이 남은 부분도 꼽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스페인전 같은 경우 생각보다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줬는데 스코어 때문에 그런 모습이 많이 가려졌다. 반대로 체코전은 안좋은 모습 많았는데 좋은 결과 때문에 드러나지 않은 부분도 있다"고 결과보다 내용이 더 중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두 경기를 놓고 보면 스페인전 같은 경우 전반 25분까지 내용이 상당히 괜찮았다. 오히려 체코전 전반 25분보다 스페인전 전반 25분이 더 나을 정도로 좋았다"고 대패로 끝난 스페인전도 높게 평가했다.
골을 넣은 석현준과 오랜만에 대표팀에 합류해 활약한 윤빛가람에 대한 의견도 남겼다. "석현준은 대표팀 합류 이후 가장 좋은 활약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많이 뛰며 열심히 해줬고 기회가 왔을 때 득점으로 연결시켜주는 모습도 보였다"고 먼저 석현준을 칭찬한 슈틸리케 감독은 "윤빛가람의 경우 득점만 보고 평가할 수는 없다. 신중하게 볼터치나 간수, 이런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보고 평가해야할 것"이라고 보류의 뜻을 밝혔다.
이제 3개월 뒤면 슈틸리케호는 월드컵을 향한 본격적인 장도에 오른다. 최종예선을 앞둔 준비에 대해 "3개월 뒤의 일을 예측하기란 상당히 힘든 일이다"고 말문을 연 슈틸리케 감독은 "일단 그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다. 선수들 이적이나 몸상태 변화도 많을 것이라 예상한다"고 얘기했다.
변화의 중심에는 뛰지 못하는 유럽파가 있을 예정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계속해서 선수들이 꾸준히 출전하고 좋은 몸상태를 보이는 선수들이 유리할 것"이라며 "이청용, 박주호, 김진수와 같은 모습이 많은 선수들에게서 나오면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