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 상대로 스페인을 만나게 된 소감을 묻자 김단비(26·신한은행)가 탄식처럼 내뱉은 말이다. 미국, 호주에 이어 국제농구연맹(FIBA) 랭킹 3위에 올라있는 강호 스페인을 올림픽 최종예선 맞대결 상대로 만날 줄은 몰랐다는 뜻이기도 했다.
한국은 17일(한국시간) 오후 7시 30분, 프랑스 낭트 라 트로카디에의 메트로폴리탄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농구 최종예선 8강 토너먼트에서 스페인과 격돌한다.
유럽 제일의 강호로 꼽히는 스페인과의 대진은 세계선수권대회 정도가 아니면 좀처럼 성사되기 어려운 매치업이다. "스페인이 뭐가 잘못돼 최종예선에 나왔는지는 몰라도 막막하다"고 헛웃음을 지은 김단비의 말처럼 객관적인 전력상 한국이 승리할 가능성은 극히 적다. 현실적으로 올림픽 본선 티켓을 위해서는 순위결정전을 노리는 방법이 최선으로 꼽힌다.
물론 공은 둥글고 벨라루스를 제압한 것처럼 이변을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중국을 77-43, 베네수엘라를 83-55로 연파하며 쾌조의 2연승을 달린 스페인의 경기력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12명의 선수 중 7명이 180cm대 후반인 장신의 중국 선수들을 간단하게 요리하며 점수를 뽑아내는 모습은 신기에 가까웠다. FIBA랭킹 8위로 아시아에서 최강을 자랑하는 중국이지만 스페인 앞에서는 무력하기만 했다.
김단비는 "중국도 40점대로 졌는데 우리는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며 혀를 내둘렀다. 꼬박 10년 전인 2007년 19세 이하(U-19)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스페인 선수들을 만났던 김단비는 39-100으로 대패했던 당시의 기억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현재 스페인 대표팀의 주축인 알바 토렌스(27·191cm), 라우라 에레라(27·190cm)가 한국을 완파하는데 앞장섰다.
김단비는 6년 전인 2010년 체코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때도 스페인에 패한 경험이 있다. 당시 한국은 변연하(36·KB스타즈), 김지윤(40·신한은행 코치) 등 베테랑 선수들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69-84로 패했다. 이 경기에서 김단비는 23분 동안 뛰며 3점슛 한 개를 포함해 5득점에 그쳤다. 대표팀에 동행했던 임영희(36·우리은행)도 벤치에서 스페인의 실력을 직접 눈으로 봤다.
이번 맞대결에는 당시 28득점 15리바운드로 한국에 패배를 안겨준 산초 리틀(33·193cm)을 비롯해 토렌스, 에레라 등 김단비가 맞서본 선수들이 대부분 출전할 예정이다. 토렌스는 조별리그 2경기서 30득점을 올리며 득점 6위에 올라있고 리틀도 27득점 평균 리바운드 9개로 맹활약 중이다.
하지만 한국 선수단에 최강의 상대와 맞붙는다고 해서 일찌감치 포기하는 마음은 없다. 김단비는 "세계 최강의 상대와 싸우는 거니까 한 번 부딪혀보겠다는 생각이다"라며 부담을 털어내고 오히려 의욕을 보였다. 대회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는 강아정(2경기 총 40득점)과 리바운드 1위 박지수(평균 15개) 등 확실한 성장세를 보여준 선수들의 활약이 있다면 스페인전 명승부도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