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정 대회는 소개항주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선수의 기량과 모터보트의 컨디션을 체크한다. 소개항주란 경주 시작 전 수면을 1주회 전속으로 도는 것을 말한다. 백코스 쪽 직선 150m의 항주시간을 고객에게 공개해 좀 더 손쉬운 경주추리를 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가장 기초적인 자료다. 소개항주 후엔 선수들의 성적과 틸트각이 고객들에게 제공된다.
이때 핵심은 틸트각이다. 틸트각이란 모터를 보트에 장착하면서 각도를 변경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경정에선 0도를 기본으로 정하고, 모터의 특성에 따라 –0.5도, +0.5도, +1.0도, +1.5도 등 5단계로 변경이 가능하다. 틸트각을 +0.5도로 장착한다면 모터의 추진력이 0일 때보다 윗부분을 향한다. 이 경우 보트의 선수(앞부분)가 들리기 때문에 직선시속이 빨라진다. 반대로 틸트각을 -0.5도로 장착시에는 선수가 내려가 수면과의 마찰이 많아진다. 이 때는 회전을 하는데 더 도움이 된다.
틸트각 0.5도의 조종 수치는 2mm 차이가 난다. 미세한 차이지만 전문가들은 "수치상으로는 크지 않지만 수상에서 펼쳐지는 경정은 2mm의 차이로 예기치 않은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때문에 보통 지정훈련에 나서는 선수들은 1차 훈련에서 기본적인 세팅으로 훈련에 임한 뒤, 2차 훈련에서 배정받은 모터와 보트의 특성에 따라 틸트각을 조정할 때가 많다. 예를 들어 모터의 직선시속이 미흡하다면 틸트각을 올려 직선시속을 끌어올리고, 반대로 회전력이 부족하다면 틸트각을 내려 선회전력을 보강하는 방식이다. 틸트각에 변화를 줬을 때 소항기록이 크게 향상되었다면 틸트각에 따른 시속향상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열린 31회차 수요 5경주에서 1코스에 출전한 이현재는 지정훈련에서 직선시속이 부족한 단점을 보였다. 하지만 실전에서 틸트각을 +1.0까지 올리며 직선시속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결국 이현재는 우승했다. 같은 31회차에 출전했던 이미나의 경우는 안정감을 택했다. 그는 랭킹 1위인 66번 모터를 탑재했는데 틸트각을 0으로 세팅해 작은 실수라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덕분에 이미나는 출전한 모든 경주에서 입상을 기록하며 하반기 상승세의 흐름을 이어갔다.
틸트각의 변화가 모터의 모든 성능을 좌우하는 건 아니지만 수요 경주에서 모터의 특성을 파악한 선수들이 목요 경주에서 틸트각 변화로 약점을 보완할 수도 있다. 경정 관계자는 "특히 목요 경정에서 선수들의 틸트각 변화를 꼼꼼히 체크한다면 선수들의 승부의지를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다. 유용한 자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