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용은 23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서울 삼성전에서 프로 데뷔 이후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다. 올 시즌 상승세를 달리고 있는 서울 삼성을 상대로 35분29초를 뛰며 25득점 12리바운드의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1쿼터에서만 6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며 리그 최고의 골밑을 자랑하는 삼성의 리카르도 라틀리프(27), 마이클 크레익(25) 사이를 거침없이 휘저었다. 비록 경기는 78-83으로 패했으나 최준용의 분전에 문경은(45) 감독은 웃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동안 궂은 일을 도맡아하며 '막내'의 책임을 다해왔던 최준용이 공격의 고삐를 열어젖혔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최준용은 프로 무대에 데뷔한 뒤 리바운드와 수비 등 궂은 일에 무게를 두고 뛰었다. 대학 시절 스피드를 살린 속공 플레이로 득점을 뽑아냈던 공격력은 잠시 접어뒀다. 그러나 이날 삼성전에서는 자신의 공격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문 감독이 주문한 대로 공격에서도 제 몫을 해낸 최준용은 7위로 부진한 SK에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문 감독은 "최준용이 그동안 궂은일을 하며 1라운드를 치러왔기에 점점 시야가 트이며 요령이 생길 것"이라며 앞으로도 조금씩 공격 주문을 늘려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최준용을 공격 옵션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더 많이 늘리겠다는 얘기도 된다.
당장 25일 원주 동부와 경기에서도 최준용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앞서 1라운드에서 SK는 테리코 화이트(26), 변기훈(27), 김선형(28)의 활약 속에 94-93으로 동부를 꺾고 2연패에서 탈출했던 좋은 기억이 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었다. 경기는 SK의 승리로 끝났지만 골밑 싸움만 놓고 보면 동부의 완승이었다. SK는 동부전에서 23개의 리바운드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최준용도 득점보다는 골밑에서 리바운드에 주력했으나 6득점 4리바운드 1블록에 머물렀다. 반면 동부는 홀로 17개의 리바운드를 걷어낸 로드 벤슨(32)을 비롯해 웬델 맥키네스(28)-김주성(37) 등을 앞세워 43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는 기염을 토했다.
최근 분위기도 단연 동부 쪽이 앞선다. 동부는 4연승을 달리며 8승3패로 고양 오리온(9승2패), 서울 삼성(10승3패)에 이어 단독 3위에 올라있다. 팀 분위기나 전력 모두 동부가 한 수 앞서있는 상황이라 SK에는 쉽지 않은 경기가 될 예정이다.
결국 변수는 두 번째 맞대결에서 최준용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다. 그가 막강한 '동부산성'을 상대로 골밑은 물론 득점에서 얼마나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느냐에 따라 경기의 흐름이 바뀔 수도 있다. 과연 최준용이 높이와 스피드, 그리고 신인의 패기로 동부산성을 뚫어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