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 대표팀에 비상이 걸렸다. '사무라이 재팬'의 간판 오타니 쇼헤이(23·니혼햄)의 출전이 불투명해졌다.
닛칸스포츠와 산케이스포츠 등 일본 언론은 1일 미국 애리조나에서 스프링캠프를 실시 중인 니혼햄의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의 말을 빌려 "오타니가 WBC에서 투수로 뛰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오타니는 지난해 히로시마와의 일본시리즈에서 베이스를 커버하다 오른발목을 다쳤다. 이후 11월 열린 네덜란드, 멕시코와 평가전에서 발목 부상이 재발했다. 비시즌 동안 열심히 재활했지만 상태는 크게 호전되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애리조나행 비행기에 몸을 싣기 전에 일본에서 정밀 검진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케이스포츠는 "구리야마 감독이 오타니와 논의한 뒤 WBC에서 투수 등판이 어렵다는 최종 판단을 내렸다"고 전했다. 니혼햄 구단은 이를 일본야구기구(NPB)에도 전달했다. 다만 닛칸스포츠는 "고쿠보 히로키 대표팀 감독이 어떻게 판단할지는 미정"이라고 전했다. 구리야마 감독은 "지금 정상적으로 준비해도 (시즌 개막에) 늦을 수 있다"며 "오타니도 (자신의 상태를) 잘 알고 있다. 매우 유감이다"고 말했다.
오타니는 투타를 겸업하는 선수다. 타자로도 지난해 MVP급 활약을 했다. 104경기 382타석에서 타율 0.322에 22홈런, 67타점을 기록했다. 퍼시픽리그에서 OPS(출루율+장타율)가 1.000을 넘은 타자(150타석 이상)는 오타니가 유일했다. WBC 등판은 포기했지만 타격은 가능하다. 하지만 타자 출장 여부도 향후 회복세에 달려 있다. 전력 질주가 어렵다면 타자 출장도 쉽지 않다.
일본 대표팀엔 비상이 걸렸다. 오타니는 팀의 기둥이자 최고 스타다. 지난해 퍼시픽리그 MVP와 투수와 지명타자로 퍼시픽리그 베스트9에 모두 뽑혔다. 투수로는 10승4패 1홀드 174탈삼진, 평균자책점 1.86을 기록했다. 1라운드 A조 최대 난적인 쿠바와의 1차전 선발 등판이 일찌감치 내정됐다. 가뜩이나 일본 대표팀엔 다르빗슈 유(텍사스), 마에다 겐타(LA 다저스),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 이와쿠마 히사시(시애틀) 등 현역 메이저리그 투수가 전원 빠져 있는 상태다.
일본은 제4회 WBC에서 세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지난해 자국에서 열린 프리미어12에서 3위에 그친 자존심도 회복해야 한다.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야구 붐업을 위해선 성적뿐 아니라 스타가 필요하다. 오타니가 출전하지 못한다면 도쿄에서 열릴 1라운드(B조)와 2라운드 흥행에도 악재다. 2라운드에서 최대 흥행 카드인 한일전이 열린다면 오타니의 등판이 유력했다.
한국 대표팀엔 나쁘지 않은 소식이다. 오타니는 2015 프리미어12에서 한국전에 두 번 등판해 13이닝·3피안타·무실점·21탈삼진을 기록했다. 압도적인 피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