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열린 kt의 스프링캠프 평가전은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상대가 바로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참가하는 네덜란드였다. 네덜란드는 3월 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한국과 1라운드 A조 두 번째 경기를 치른다. 네덜란드는 이달 7일 WBC 사무국에 제출한 최종 엔트리에서 메이저리그 주전급 내야수를 대거 포함시켰다. 하지만 투수진은 강하지 않다.
kt와의 평가전은 물음표가 찍혀 있던 네덜란드 전력을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대표팀은 이종열 전력분석원을 투산 현장에 파견했다. 하지만 이 경기로 네덜란드의 전력을 온전히 파악하긴 어려웠다. 네덜란드는 4안타 빈공 끝에 2-5로 패했다. 상대인 kt는 지난해 KBO 팀 평균자책점 최하위(5.92)였던 팀이다.
화력쇼가 기대됐던 네덜란드 클린업 트리오는 단타 1개로 꽁꽁 묶였다. 하지만 속단은 금물이다. 네덜란드는 갖고 있는 패를 모두 공개하지 않았다.
주력 타자 대다수 제외하고 kt전을 치렀다.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황금 내야진' 안드렐튼 시몬스(LA 에인절스)·젠더 보가츠(보스턴)·조나단 스콥(볼티모어)·쥬릭슨 프로파(텍사스)·디디 그레고리우스(뉴욕 양키스)가 모두 출전하지 않았다. 이들은 모두 메이저리그 소속팀 스프링캠프에서 뛰고 있다.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선수 대다수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자국리그나 독립리그 소속이다. 네덜란드는 교체 없이 9명의 선발타자가 9이닝을 모두 책임졌다. 특히 2루수 닉 어바너스와 유격수 벤 더 밀은 WBC 엔트리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일정 때문에 정상적으로 평가전을 치를 수 없는 상황이다.
이날 뛴 선수 중 커트 스미스(1루수)와 칼리언 샘스(외야수), 다셴코 리카르도(포수) 등은 1라운드 주전급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서울라운드에서 네덜란드는 180도 다른 라인업 카드를 제출할 가능성이 높다.
현장에 있던 kt 관계자는 "평가전에는 대표팀 외 네덜란드 자국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몇 명 있었다. WBC 로스터에 없는 선수들이다"고 말했다. 경기 결과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