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그리드 버그만은 생전 로셀 리니 감독과의 불륜 스캔들로 세상을 발칵 뒤집었다. 당시 지금과 달리 매우 보수적인 분위기였던 할리우드는 그녀에게 모두 등을 돌렸다. 하지만 할리우드에서 연기가 계속 하고 싶고, 과거 전성기 때 인기를 되찾고 싶었던 잉그리드 버그만.
어느날 그녀는 영화 '오명'을 함께 했던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어떻게 하면 할리우드에서 계속 활동하고, 대중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요?" 그 때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그동안 했던 예쁜 역할과 정반대의 캐릭터를 해보라고 제안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출연한 작품이 바로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1974)'이다. 잉그리드 버그만이 조연으로 출연한 작품. 캐릭터는 가정교사 올슨 그레타 역이었다. '카사블랑카' 등 전작에서 늘 엄청난 미모를 자랑했던 잉그리드 버그만은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에서 수수한 중년부인으로 출연해 열연했고, 그 결과 그 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김민희는 지난해 6월 홍상수 감독과 스캔들에 휩싸였다. 잉그리드 버그만이 영화 작업을 하면서 로셀 리니 감독과 사랑에 빠졌다면, 김민희는 영화'그때는맞고지금은틀리다' 이후 홍상수와 불륜설의 주인공이 됐다. 이후 홍상수 감독과 함께한 두 번째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선 심지어 유부남 감독을 사랑하는 여배우 영희 역을 분했다. 김민희는 엄청난 해외 외신들의 호평을 받고 제67회 베를린영화제에서 한국배우로서는 최초로 여우주연상까지 수상했지만, 반쪽 축하를 받고 있다.
이를 두고 충무로에선 김민희가 잉그리드 버그만처럼 전작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전혀 다른 모습을 과감하게 보여줘야할 때라고 말한다. 연기로 위기와 비난을 완벽히 극복할 순 없지만 적어도 연기로는 깔 수 없는 배우 이미지를 구축해야된다는 의미다. 물론 홍상수가 아닌 다른 감독의 영화에서 말이다. 영화계 관계자는 "김민희는 배우로서 모두가 부러워할만한 상을 받았지만, 여전히 도덕적인 비난을 거세게 받고 있다.
잉그리드 버그만처럼 김민희 역시 그동안 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캐릭터로 변화를 시도하고, 또 한 번 성장해야할 때"라면서 "김민희는 연기에 제대로 물이 올랐다. 사생활 이슈가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캐스팅하고 싶은 매력적인 배우이긴 하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아닌 다른 영화로도 충분히 복귀가 가능하다. 홍상수만의 뮤즈로 남기엔 아까운 배우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아닌 다른 감독의 영화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 했던 캐릭터로 변신한다면 좋지 않을까"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