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21·KIA 타이거즈)이 괴물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을 상대로 기어이 전반기 20홈런 20도루를 달성했다.
김도영은 23일 광주 기아 챔피어스필드에서 열린 2024 KBO리그 정규시즌 한화와 더블헤더 1차전에 3번 타자·3루수로 선발 출전해 4회 말 두 번째 타석에서 류현진을 상대로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시즌 20호 홈런을 터뜨렸다.
이날 야구계는 류현진과 김도영의 맞대결은 진작부터 기대를 모았다. 김도영은 21일 한화전에서 시즌 19호 홈런을 터뜨리며 올 시즌 전반기 쾌조의 타격감을 이어갔다. 도루도 22개를 기록하면서 전반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20홈런 20도루 달성까지 홈런 한 개만 남겨뒀던 상황.
김도영을 상대하는 류현진의 최근 페이스도 뜨거웠다. 류현진은 이날 경기 전까지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73을 기록하며 올 시즌 최고의 호투를 이어갔다. 특히 6월 들어 단 한 점의 평균자책점도 내주지 않았다.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MLB) 주축 선발로 활약했던 '괴물'다운 기량을 이어갔다.
괴물과 천재의 대결 1라운드는 류현진이 웃었다. 류현진은 1회 김도영과 첫 상대에서 3구 삼진을 뽑아냈다. 1구부터 3구까지 공격적으로 스트라이크존으로 던져 1회를 끝마쳤다.
그런데 김도영이 압도당했던 게 아니었다. 김도영은 당시 방망이를 한 번도 내지 않았다. 류현진을 침착하게 지켜봤을 뿐이었다.
신중함의 보상을 두 번째 타석에서 얻었다. 류현진과 다시 만난 김도영은 류현진의 바깥쪽 낮은 체인지업 초구 스트라이크를 또 지켜봤다. 이어 류현진이 몸쪽 던진 143㎞/h 직구가 볼. 류현진이 다시 체인지업으로 김도영을 잡으러 들어가자 드디어 김도영의 방망이가 번개같이 돌아갔다. 체인지업을 기다렸다는 듯 받아쳤고, 타구는 그대로 가운데 담장을 넘어갔다. 비거리 130m, 타구 속도 164㎞/h, 타구 각도 22도를 기록한 의심할 여지 없는 한 방이었다.
이날 홈런으로 김도영은 박재홍(1996, 2000) 이병규(1999) 에릭 테임즈(2015)에 이어 역대 5번째, 4명째 전반기 20홈런 20도루를 달성한 선수로 KBO리그 역사에 이름을 올렸다. 30홈런 30도루 달성은 물론 한국 선수 최초의 40홈런 40도루까지도 기대해볼 수 있는 페이스다.
한편 KIA는 류현진뿐 아니라 최형우까지 백투백 홈런을 터뜨리며 0-5로 끌려가던 경기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류현진은 이날 경기 전까지 80이닝에서 홈런 1개만을 허용, 9이닝당 피홈런 0.113개(역대 9위)로 활약했으나 이날 KIA에 불의의 '이'격을 허용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