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가 13일 오후 2시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언론시사회에 참석했다. 지난해 6월 불륜설이 처음 보도된 후 국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처음이다. 이날 연출자와 배우 이상의 관계로 발전했다는 보도에 대해 두 사람은 처음 입을 열었다.
홍상수가 먼저 마이크를 잡고 "저희는 사랑하는 사이다. 이런 얘기를 해야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서 대응하지 않았다. 개인적인 일이고, 시간이 지나다보니깐 다 아시는 것처럼 얘기하길래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여기 나오는 게 고민이 됐다. 보도 때문에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있었는데 근데 뭐 외국에서도 만나는데 한국에서 안 만나기도 그렇고, 정상적으로 영화 만들었으니깐 기자분들을 만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저희가 책임져야할 부분이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김민희도 "저희는 진심을 다해서 만나고 사랑하고 있다"며 "그냥 저에게 놓여진 다가올 상황이나 놓여진 상황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전했다.
김민희의 이 같은 행보와 결정에 배우 잉그리드 버그만의 삶이 묘하게 오버랩된다. 잉그리드 버그만은 생전 로셀 리니 감독과의 불륜 스캔들로 세상을 발칵 뒤집었다. 당시 지금과 달리 매우 보수적인 분위기였던 할리우드는 그녀에게 모두 등을 돌렸다. 하지만 할리우드에서 연기가 계속 하고 싶고, 과거 전성기 때 인기를 되찾고 싶었던 잉그리드 버그만. 어느날 그녀는 영화 '오명'을 함께 했던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어떻게 하면 할리우드에서 계속 활동하고, 대중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요?" 그 때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그동안 했던 예쁜 역할과 정반대의 캐릭터를 해보라고 제안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출연한 작품이 바로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1974)'이다. 잉그리드 버그만이 조연으로 출연한 작품. 캐릭터는 가정교사 올슨 그레타 역이었다. '카사블랑카' 등 전작에서 늘 엄청난 미모를 자랑했던 잉그리드 버그만은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에서 수수한 중년부인으로 출연해 열연했고, 그 결과 그 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김민희는 홍상수가 아닌 다른 감독과 작품할 계획이 아직은 전혀 없다. 불륜 스캔들 이후 다른 감독과 손 잡고 재기에 성공한 잉그리드 버그만 보다 배우로서 미래가 더욱 불투명해보인다. 김민희는 '밤의 해변에서 혼자' 기자간담회에서 '홍상수 감독만의 뮤즈로 살 계획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계획을 두고, 목표를 세우고 살지 않는다. 저에게 지금 주어진 상황에 만족한다. 제가 연기를 할 때 고민하는데, 홍상수 감독님과의 작업에서 이 모든 게 채워지기를 바란다. 그래서 지금 저에게 홍상수 감독님과 작업하는 일은 너무 귀한 일이다"고 답했다.
김민희의 행보에 충무로 관계자들은 안타까움을 표했다. 과거 김민희와 영화를 함께 했던 제작사 관계자는 "김민희가 홍상수만의 뮤즈로 남기엔 아까운 배우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아닌 다른 감독의 영화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 했던 캐릭터로 변신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연지 기자 kim.yeonji@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