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14~19일 열린 여섯 차례 시범 경기에서 선발 후보 7명이 마운드에 올랐다. 시범 경기를 통해 첫 실전에 나선 카를로스 비야누에바가 14·19일 두 차례 선발 등판했다. 선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태양과 배영수·윤규진이 15~17일 차례로 나섰고, 빅리그 올스타 출신 알렉시 오간도가 18일 대전 kt전에서 첫선을 보였다. 선발 불펜 겸업이 가능한 베테랑 심수창과 송은범도 테스트를 받았다.
1차 점검 결과는 '합격'이다. 7명은 29⅔이닝을 던지는 동안 12점을 내줘 평균자책점 3.70을 기록했다.
2011년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 오간도는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다. 그는 18일 대전 kt전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무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최고 시속 150㎞를 기록한 직구와 커터·슬라이더를 섞어 던지며 삼진은 7개를 뽑아냈다. 김성근 감독은 "오간도의 몸이 풀리기 시작했다"며 "숨김 동작, 볼 각도가 좋아 상대 타자가 타이밍을 잡기 어렵다. 제구력이 좋다"고 호평했다.
오간도와 원투펀치를 이룰 비야누에바는 기복이 있었다. 지난 14일 대전 LG전에서 1회 연속 안타를 맞고 1실점했지만, 이후 9명 연속 범타 처리하며 실력을 뽐냈다. 빅리그 11시즌을 버틴 제구력은 여전히 좋았다. 반면 19일 대전 kt전에선 좋지 않았다. 4이닝 동안 홈런 1개 포함 5피안타 3실점 패전투수가 됐다.
국내 선발 후보진은 희비가 엇갈렸다. 첫 주자 이태양은 15일 대전 LG전에서 3이닝 동안 안타 10개를 내주고 5실점으로 부진했다. 투구 밸런스가 흐트러지면서 제구 난조를 겪었다. 반면 부활을 꿈꾸는 배영수는 16일 넥센을 맞아 4이닝 2피안타 무4사구 1실점으로 복귀를 알렸다. 직구 구속은 140㎞ 초반에 머물렀지만, 전성기 시절 주 무기 슬라이더의 날카로움이 돋보였다. 윤규진은 17일 대전 넥센전에서 4이닝 5피안타 1볼넷 2실점을 기록했다. 김 감독은 "윤규진의 팔 스윙이 빨라졌다"고 칭찬했다.
심수창과 송은범은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호투를 펼쳤다. 심수창은 배영수의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올라 3⅔이닝 3피안타 무4사구 무실점으로 넥센 타선을 봉쇄했다. 김 감독은 심수창의 투구를 지켜본 뒤 "선발 준비를 시켜야겠다"고 말했다. 투구 내용을 마음에 들어 하는 모습이었다. 송은범은 오간도 다음으로 등판해 4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유리한 볼카운트를 꾸준히 만들어 가면서 자신의 페이스대로 경기를 끌고 갔다.
한화 마운드는 류현진(LA 다저스)이 미국으로 떠난 뒤 선발진 약세가 두드러졌다. 허약한 선발진과 이로 인한 불펜 과부하는 지난 2시즌 동안 한화를 괴롭혔다. 선발이 약하다 보니 불펜이 일찍 등판하는 경우가 잦았고, 시즌 막판 불펜 투수 부상으로 이어졌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시즌 초반 선발진이 갖춰졌다면, 우리는 달라졌을 것"이라며 선발투수의 부진에 아쉬움을 드러낸 바 있다.
2017년 출발은 좋다. 지난해와 달리 국내외 선발 후보 투수가 모두 건강하다. 아직 실전 등판에 나서지 않았지만, 어깨 통증을 털어 낸 안영명까지 가세한다면 선발 후보는 8명으로 늘어난다. 5인 로테이션이 잘 돌아간다면 한화는 상위권 전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불펜 중심 운영을 선호하는 김 감독의 마운드 운영 기조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