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올 들어 기대 이하의 실적을 거두고 있는 가운데 이를 만회하기 위해 시내면세점 오픈, 아웃렛 출점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지만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실적 부진 빠진 현대백… 사업 다각화 '집중'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올 1분기 영업이익 13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3%나 늘었다.
하지만 상품권 부가세 환급분 407억원을 제외한 실질 영업이익은 97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역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백화점은 1분기 실적에 대해 별도의 설명 자료를 공시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 판교점과 디큐브시티점 등은 성장했지만 울산점과 대구점 등 지역경제 상황과 경쟁점 출점 등으로 지역별 업황이 부진했던 것을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2분기 역시 장기화된 소비 침체와 5월 연휴 기간 해외여행 증가에 따른 주말영업효과 감소 등으로 실적 개선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현대백화점은 공격적인 아웃렛 출점과 서울 시내면세점 진출 등 사업 다각화로 실적 부진 만회에 나섰다. 지난달 말 현대시티몰 가든파이브점 개장을 시작으로 연말 서울 강남에 시내면세점을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새 정권 출범에 따른 출점 제한과 규제 강화, 국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으로 모두 차질을 빚게 됐다.
상생 외친 현대시티몰… 수익성 '물음표' 먼저 지난달 서울 문정동 가든파이브에 문을 연 현대시티몰의 경우 지역 중·소상인과의 '상생' 때문에 수익성에 물음표가 붙었다.
현대백화점은 현대시티몰 오픈에 앞서 가든파이브 내 소상공인뿐 아니라 문정동 로데오거리 상인들과 세밀한 조율을 거쳤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 임대료 지급 방식이다. 현대백화점은 가든파이브 내 점포를 소유했거나 장사를 하고 있었던 상인 250명과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 매출 대비 일정 금액을 수수료로 지급한다. 연 매출 2000억원까지는 매출 대비 4%대를 임대료로 내고 매출이 500억원 늘어날 때마다 추가로 일정 금액을 더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가든파이브의 독특한 구조상 주인이 소상공인이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사례"라며 "현대백화점이 현대시티몰 오픈을 위해 '상생 경영'을 외치기는 했지만 일반적인 아웃렛에 비해 수익율이 제대로 나올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가 복합 쇼핑몰 규제를 예고한 것도 현대시티몰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골목 상권 활성화를 위해 복합 쇼핑몰도 대형 마트처럼 한 달에 두 번 의무적으로 쉬게 한다는 내용의 공약을 내걸었다. 이 같은 공약이 실현될 경우 현대시티몰의 매출 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시내면세점 연내 오픈 사실상 무산 설상가상 현대백화점이 야심 차게 준비했던 면세점 사업을 놓고도 이제는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드 보복 조치 여파로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들이 급감하면서 한때 '황금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면세점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현대백화점을 비롯해 신세계, 탑시티 등 신규 면세점 사업자 3곳은 이달 말로 예정됐던 개정 일자를 연기해 달라고 최근 관세청에 요청한 상태다.
관세청은 "규정상 신규 면세점 사업자는 사업권을 취득한 이후 1년 이내에 요건을 갖춰 영업을 시작해야 하지만 업계의 요청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연내 면세점 오픈은 물 건너간 셈이다.
여기에 신규 시내면세점 개점에 따른 경쟁 심화와 특허 수수료 인상 등도 현대백화점에는 부담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면세점 특허 수수료율이 오른 데다 면세점 영업 시간을 제한하고 의무 휴업을 강제하는 법안이 발의되는 등 규제도 강화되는 추세"라며 "현대백화점은 아직 면세점 운영 경험이 없어 고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