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신제품 맥주 '피츠 수퍼클리어'가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지난 1일 출시와 동시에 상표권 표절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데 이어 최근에는 국내법을 무시한 불법 마케팅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여름철 성수기를 잡기 위한 '과욕'이 화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내법 무시한 무료 시음 행사
1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물산은 지난 16일부터 내달 15일까지 매주 주말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피츠 무료 시음 행사'를 진행하려다 지난 15일 돌연 취소했다.
피츠는 롯데주류가 지난 1일 선보인 알코올 도수 4.5도의 라거맥주로,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양분하고 있는 국내 소맥(소주+맥주) 시장을 겨냥해 출시됐다.
롯데물산은 같은 롯데그룹의 계열사인 롯데주류를 돕기 위해 이번 무료 시음 행사를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언뜻 보면 '무료' 시음 행사인 듯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롯데월드몰 당일 2만원 이상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한 '조건부 경품' 행사였다는 데 있다.
국내 주세법에 따르면 신제품의 경우 국세청 사전 승인하에 정해진 장소와 일정한 용량 안에서 3개월 동안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시음 행사를 가질 수는 있다. 하지만 주류 또는 주류 교환권을 경품으로 제공해서는 안 된다. 이를 어길 시에는 최고 2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롯데물산은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를 하루 앞둔 지난 15일 부랴부랴 무료 시음을 취소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신 당초 행사장에서 진행하려던 콘서트와 부대 공연 등은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롯데물산이 법규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같은 그룹 계열사인 롯데주류의 신제품을 알리려는 욕심에 무리한 마케팅을 계획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앞서 롯데주류도 피츠 출시를 앞두고 지난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경품을 나눠주는 마케팅을 진행하다 보건복지부로부터 '건강증진법' 위반으로 시정명령을 받은 바 있다"며 "롯데그룹이 신제품 피츠를 홍보하기 위해 과욕을 부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주류 관계자는 "주류의 경우 특성상 타 업종 대비 홍보와 광고 범위가 제한돼 있어 마케팅을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롯데월드타워에서 진행하려던 이번 행사는 롯데물산이 계획한 행사로 무료 시음은 취소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잇따른 표절 논란까지
신제품 피츠를 둘러싼 논란은 이뿐이 아니다. 출시에 앞서 '피츠(Fitz) 수퍼클리어'라는 이름이 일본롯데의 껌 제품인 '피츠'(Fit's)와 유사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일본롯데의 껌 제품은 마지막 스펠링이 's'고 롯데주류의 맥주는 'z'로 다르지만 기본적인 컨셉트나 발음 등이 비슷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일본 껌 피츠는 2009년 3월 출시된 뒤 3주 만에 2000만 개 이상 팔릴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제품이다. 국내에도 같은 해 6월 롯데제과를 통해 'ID' 껌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같은 이름을 지어도 의미를 부여하기 나름"이라며 "피츠라는 이름이 공교롭게도 같을 수 있지만 피츠 껌이 일본 인기 제품이라는 점, 롯데제과에서 후속으로 출시된 적이 있다는 점, 일본과 롯데를 떼놓고 볼 수 없다는 점 등이 이번 표절 의혹을 키웠다"고 말했다.
광고 베끼기 논란도 일었다. 롯데주류는 피츠의 출시와 동시에 '마신 후 3초면 알게 되는 최적의 깔끔함'을 키워드로 방송 광고를 내보냈다. 광고에는 배우 조정석이 하얀 배경의 방에 홀로 앉아 '피츠 수퍼클리어'를 마시는 모습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이 지난 2011년 배우 공유를 모델로 기용한 OB골든라거의 광고와 매우 흡사하다는 논란이 일었다.
실제로 당시 OB골든라거의 광고에서 공유 역시 비스듬히 앉아 맥주를 마셨고, 'OB를 마실 땐 입안에서 3초만 음미해 주세요'란 문구와 함께 감탄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업계에서는 두 광고가 주는 메시지·구성 등이 매우 흡사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롯데주류는 잇따른 표절 논란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핏(Fit)은 일반동사로 다양한 제품명에 사용되고 있다"며 "브랜드 명을 '피츠(Fitz)'로 최종 결정한 것은 핏이 '꼭 맞다' '적합하다' 등의 뜻을 갖고 있어 언제·어디서나·누구와 함께해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고 어떤 음식과도 꼭 어울린다는 제품의 속성에 가장 부합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광고 표절 논란에 대해서는 ”OB골든라거는 풍부한 맛 때문에 입에 3초 정도 머금고 있을 때 풍미를 느낄 수 있다는 컨셉트며, 피츠는 맥주를 마신 다음 3초 안에 시원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라며 "광고 컨셉트 자체가 다르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