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은 19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챌린지(2부리그) 17라운드 부산 아이파크와 원정경기에서 2-1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7경기 무패(5승2무) 행진을 달린 성남(승점 23)은 리그 5위로 올라섰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승격 플레이오프의 참가 마지노선인 4위 아산 무궁화 FC(승점 26)와는 승점 3점 차다.
성남의 '현재'는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다. 시즌 개막 전까지 '우승 후보 0순위'로 꼽혔던 성남은 8라운드 아산 경찰청전(4월 20일·1-1 무) 직후 리그 최하위(10위)였다. 축구팬들은 시즌 초반 최악의 경기력을 보인 성남을 향해 "3부리그가 있다면 한 번 더 강등을 당해야 한다"고 비꼬았다.
위기의 순간 움츠려 있던 김두현이 나섰다. 2015년 성남에 입단한 그는 FA컵 우승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이상 2015년)을 이끈 주장이자 에이스였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박경훈(56) 감독이 부임하면서 김두현의 입지는 크게 좁아졌다. 박 감독은 부동의 미드필더였던 김두현을 선발 라인업에서 빼고 주로 후반 조커로 기용했다. '중원사령관' 김두현이 빠진 성남은 우왕좌왕했다. 강점이었던 미드필드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면서 연패를 거듭했다.
팀의 부진을 지켜만 보던 김두현은 지난달 7일 수원 FC와 11라운드 홈경기를 앞두고 용기를 냈다. 그는 박 감독과 면담에서 "팀을 위해 힘을 보태고 싶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노장의 투혼에 감명을 받은 박 감독은 이런 김두현을 중용하기로 결심했다.
김두현은 지난달 13일 FC 안양전부터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완벽히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전방으로 찔러 주는 패스는 물론 강력한 중거리슛까지 쏟아 내며 전성기 시절을 방불케 하는 활약을 펼쳤다. 지난달 29일 부천 FC전(2-0 승)에서는 쐐기골(시즌 1호)까지 넣었다. '정신적 지주' 김두현의 활약이 계속되자 동료들도 안정감을 찾았다.
김두현이 선발로 나온 뒤로 성남은 무패(4승2무)를 기록하며 고공 행진 중이다. 비록 황의조(25)가 24일 경남 FC전을 끝으로 감바 오사카(일본)로 이적하지만, 김두현이 버티고 있는 성남의 상승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김두현은 "리그 7경기 무패를 하면서 선수단 분위기가 많이 올라갔고 개인적인 몸 상태도 좋다. 30대 들어 가장 컨디션이 좋다고 느낄 정도"라면서 "이 분위기를 계속 이어 가야 한다. 꼭 클래식 승격으로 마무리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