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적 불안 요인이던 안방과 뒷문이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순위 경쟁이 치열할 때 가장 탄탄해야 할 포지션이다. 벤치의 위기 대처 능력은 오답이 이어지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그사이 전력 보강에 박차를 가했다. 2015시즌이 끝난 뒤 98억원을 투자했다. FA(프리에이전트) 투수 손승락과 윤길현을 영입했다. 취약했던 불펜진을 강화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이대호에게 역대 최고액인 150억원을 안기며 공격력을 강화했다.
하지만 목표에선 계속 멀어지고 있다. 롯데는 2일까지 치른 99경기에서 47승2무50패를 기록했다. 리그 7위다. 5위 넥센과 게임차는 5경기. 아직 경쟁 판도를 예단할 시점은 아니지만,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점들이 가장 중요한 시기에 불거졌다.
지난 2일 잠실 LG전은 불안 요소가 총체적으로 드러난 경기였다. 일단 향후 불펜 운용에 난항이 예상된다. 2-2로 맞선 9회말 마운드에 오른 마무리 투수 손승락은 네 타자를 상대한 뒤 강판됐다. 갑자기 불편한 기색을 보였고 벤치에 사인을 보냈다. 구단 관계자는 "오른손바닥에 저림 증상이 있어 교체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손승락은 전반기 막판에도 오른어깨 염증을 참고 마운드에 올랐다. 감독 추천 선수로 올스타에 선정됐지만 휴식과 치료를 위해 불참했다. 6월까지 피안타율 0.297를 기록하며 부진했던 그는 7월부터 반등했다. 8세이브를 올렸고 평균자책점은 1.84를 기록했다. 피안타율도 0.233로 낮췄다. 현역 최다 세이브 투수다운 모습을 회복했다. 일단 손바닥 저림은 큰 이상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남은 시즌 정상적인 몸 상태로 경기에 나설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후반기 필승조로 나서던 조정훈도 부침을 보이고 있다. 그는 세 번이나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지난 7월 9일 사직 SK전에서 2538일 만에 복귀했다. 리그 최고의 구종으로 평가받던 포크볼을 마음껏 구사했고, 구속도 시속 140㎞대 중반까지 찍혔다. 첫 6경기에서 실점도 없었다. 하지만 7월 27일 사직 한화전에서 3피안타 3실점하며 흔들렸다. 2일 LG전에서도 2점 차 리드를 지켜 내지 못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연투가 어려운 투수를 필승조로 내세운 벤치의 실책이다. 이날도 투구 수가 20개를 넘어가자 급격하게 제구가 흔들렸다. 조정훈은 약 7년 동안 1군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종전 최다 투구 수도 30개에 불과했다. 연속 안타와 실점, 볼넷까지 내준 투수를 그대로 마운드에 둔 벤치의 선택은 올 시즌 가장 치명적인 패배로 이어졌다.
몸을 풀던 우완 사이드암 배장호는 그대로 불펜을 지켰다. 2사 1·2루에서 좌타자 이천웅이 타석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사이드암은 통상적으로 좌타자에게 약한 유형이다. 하지만 이미 투수 한 명이 30개를 던졌다. 마운드에 있는 투수가 조정훈이 아니라도 교체가 필요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배장호는 나서지 못했다. 벤치의 신뢰도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주전 포수 강민호의 몸 상태도 우려된다. 그는 이날 경기 1회말 선발투수 송승준의 원바운드된 공을 포구하는 과정에서 오른쪽 팔목을 맞았다. 살갗이 까지고 부어올랐다. 공을 집을 때조차 통증을 호소했다. 패스트볼도 허용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강민호는 교체 없이 연장전까지 치러 냈다. 홈런 포함 3안타를 기록했다.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강민호가 안방을 지켜야 하는 팀 사정이 문제다. 롯데는 백업 포수의 역량이 크게 떨어진다. 벤치의 신뢰도 마찬가지다. 9회초 강민호가 선두 타자 안타를 치고 출루했을 때도 대주자를 쓰지 않았다. 후속 타자에게 희생번트을 지시했는데도 그랬다. 득점에 실패할 경우 9회말 이후 안방을 백업 포수에게 맡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강민호는 지난말 무릎 부상으로 재활을 거쳤다. 출전 관리를 받고 있지만 2일까지 리그 포수 중 가장 많은 이닝(710이닝)을 소화했다. 2위 김태군(NC)보다도 8이닝이 더 많다. 이미 과부하다. 경기 중 충돌보다 피로 누적으로 생기는 부상이 더 우려된다. 벤치는 그에게 열흘씩 휴식을 줄 여유가 없다. 신인 포수를 키울 의지가 없었다면 현재보다는 실력이 좋은 백업 포수 영입이라도 타진했어야 했다.
롯데는 후반기 첫 주 4승1무1패를 기록하며 5할 승률을 회복했다. 조쉬 린드블럼이 복귀하며 선발진도 탄탄해졌다. 하지만 반등은 짧았다. 7월 마지막 주부터 치른 7경기에선 5패를 당했다. 타선은 기복이 있다. 분투하던 필승조는 정상적으로 가동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지난 1일 타격코치를 바꿔 가며 분위기 전환을 노린 벤치는 아쉬운 투수 교체 타이밍으로 패배를 자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