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아섭은 후반기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롯데 타선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8월 30일까지 팀이 치른 123경기에 모두 출장해 타율 0.339 20홈런 72타점 100득점 22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테이블세터로 흠잡을 데가 없는 만점 활약이다.
데뷔 후 최초로 20홈런 고지를 밟으면서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했고, 최다안타 1위(167개)를 질주하고 있다. 득점 2위와 도루 4위, 출루율 5위를 달리는 전방위 활약이다.
특히 지난 주 활약이 눈부셨다. 주간 타율 0.565(25타수 13안타)의 고감도 방망이를 휘둘렀고, 홈런 4개와 11타점도 보탰다. 주간 안타와 홈런, 타점 모두 공동 1위다. 내로라 하는 10개 구단 간판 타자들을 모두 제쳤다. 일간스포츠와 조아제약이 손아섭을 8월 넷째 주 주간 MVP로 선정한 이유다.
-조아제약 주간 MVP로 선정됐다. "기분이 좋다. 지난 주 개인 성적이 좋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팀이 5승 1패를 하면서 전체적으로 좋은 한 주를 보냈다. 그렇게 하는 데 내가 보탬이 된 것 같아 기분이 두 배로 좋다."
-힘을 '보탰다'기보다는 승리를 '이끌었다'는 표현이 맞지 않나. "아니다. '보탬'이다.(웃음) 우리 팀 모든 투수가 마운드에서 잘 막아줬고, 내가 출루를 하면 뒤에서 (이)대호 형이나 (최)준석이 형이 잘 쳐줬다. 전체적으로 다 잘 맞아 떨어져서 좋은 성적이 난 것 같다. 이번 주와 다음 주에도 계속해서 지난 주와 같은 경기를 하고 싶다."
-개인 성적과 팀 성적이 동시에 좋으니 더 신이 날 듯하다. "사실 요즘처럼 경기를 하다 보면 너무 재미있다. 연패를 할 때는 힘들지만, 이렇게 이기는 쾌감이나 짜릿함을 온 몸으로 느낄 때는 프로야구 선수로 뛰는 보람을 느끼게 된다. 지금 팀 분위기가 무척 좋기 때문에 이 흐름을 최대한 잘 이어가고 싶다. 시즌을 마치는 시점에 팬분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한 해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그 끝이 어느 정도여야 팬들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을까. "첫 번째는 당연히 포스트시즌 진출이 아니겠는가. 그래야 최종 목표가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지금은 우리 팀이 한 단계, 한 단계 밟아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다. 무리해서 욕심을 내기보다는 일단 더 큰 꿈을 위해 포스트시즌 진출부터 확정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현재 최다안타 1위다. 200안타 도전 얘기도 나오는데. "의식하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올 시즌 20홈런-20도루를 하긴 했지만, 만약 그 기록을 계속 의식했다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을 것이다. 기록을 신경 쓰지 않고 어떻게든 타석에서 투수들과 끈질기게 싸우려고 했다. 그러다 상대 투수의 실투가 들어오면서 좋은 타구가 나오고 결국 최종 결과도 좋아진 거라고 생각한다. 200안타도 최근 들어 언론에 많이 얘기가 나오지만, 그 부분을 의식하게 되면 오히려 내가 조금 흔들릴 것 같다. 타석에서도 힘이 들어가고 안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그래서 200안타를 의식하기 보다는 매 타석 안타든 볼넷이든, 어떻게든 출루한다는 마음으로 들어가고 싶다."
-목표대로 순항을 하고 있다. "지금부터는 내가 조금 더 평정심을 유지해야 할 것 같다. 타석에서 흥분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흥분하게 되면 안 좋은 공에도 방망이가 나가기 마련이다. 침착하게 한 타석, 한 타석 임한다면 시즌이 끝났을 때는 또 내가 생각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따라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당장 매 타석 평정심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싶다."
-아무리 잘해도 만족할 줄 모르는 선수로 유명하다. "만족을 하는 순간 사람은 나태해지기 때문이다. 내가 지난 주에 잘 쳤다고 해서 이번 주에 또 똑같이 잘 친다는 보장이 없지 않나. 야구란 게 그런 것이다. 그래서 만족을 하기보다는 나 자신을 조금 더 강하게 몰아 붙이는 편이다. 계속해서 팀에 더 많은 보탬이 될 수 있게 계속 스스로를 몰아 붙이겠다.(웃음)"
-올 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얻는다. "그냥 신기하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크게 실감나지 않았는데, 이제 20경기 정도 남게 되니 조금씩 와닿는다. 지금까지 나름대로 열심히 해왔지만 '나에게도 정말 FA가 되는 날이 오긴 오는구나' 싶어 신기하기만 하다. 사실 FA는 내 야구인생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그래서 더욱 남은 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
-어떻게 마무리하는 게 목표인가. "지금까지 가을에 너무 많이 쉬었다. 2013년부터 4년을 (포스트시즌에) 안 나갔으니 무척 오래 쉰 느낌이다. 이제는 가을에 굳이 체력을 비축하고 싶지 않다.(웃음) 4년간 쌓은 체력을 올 가을에 쏟아부을 수 있다면 행복한 마무리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