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마음이 정리될 거라 생각했는데 그냥 정리되지 않은 채로 그립고 보고싶은 마음 그대로 시간이 흐르는 것 같아요."
넥스트 베이시스트 제이드는 故신해철을 떠올리며 여전히 그립다고 했다. 다만 예전처럼 눈물을 참아낼 수 있다며 "나에겐 맛있는 것을 나눠주는 형이었다. 돌아가시던 해에도 바베큐파티를 많이 열었던 기억이 난다. 굳이 직접 구워주시겠다며 집게를 들던 형이 생각이 난다.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추억했다.
27일 오후 2시 경기도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 본관에서는 신해철 3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고인의 작은아버지 신현구씨가 유족 대표로 참석했으며 아내 윤원희씨와 자녀들이 도착하자 곧장 기제사 예식이 진행됐다. 관계자는 "고인의 아버님이 오시기로 하였으나 몸이 좋지 않아 참석이 어렵게 됐다. 많이 편찮으시다"고 했다.
신현구씨는 "해철이가 이 세상을 떠난지 3년이 흘렀다. 변치않는 마음으로 해철이를 찾아주셔서 감사하다"라며 팬들에게 인사했다. 신해철 팬클럽 철기군과 고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보라색 리본을 달아 마음을 표현했다. 헌화할 꽃도 직접 준비한 분도 있었고, 추모곡 '민물장어의 꿈'을 부르며 눈물을 흘리는 팬도 있었다. 이들 모두 신해철을 향한 그리움을 공유했다.
고인의 시그니처 밴드인 넥스트 멤버들도 참석했다. 이현섭, 제이드, 신지, 김구호, 데빈, 윈상욱, 김영석, 지우(에메랄드케슬) 등이 고인을 추모했다. 넥스트는 "형이 있고 없고는 단순한 허전함의 차이가 아니다. 전혀 다른 일을 해야 한다. 형 없이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럽고 겁이 난다"고 말했다.
'민물장어의 꿈'을 선창한 이현섭은 "해철이 형이 필요이상으로 우리 후배들을 챙겨줬다. 해철이형과의 추억이 정말 많다. 형이 우리를 믿어준 만큼 우리도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형의 노래가 잊혀지지 않도록 3주년 추모 공연 또한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이드는 "시시때때로 형 생각이 난다. 하늘에서 형이 보고 있으리라 믿는다. 나중에 형을 만났을 때 '고맙다, 잘했다'는 말 들을 수 있도록 잘하겠다"고 덧붙였다.
올해 콘서트는 고 신해철이 홀로그램으로 재현된다. 제이드에 따르면 3주기 탈상이라서 조금 더 특별한 의미로 추모식과 추모공연을 계획했다. 11월 19일 열리는 고 신해철 3주기 콘서트는 '마왕의 귀환'이라는 콘셉트로 추모를 넘은 축제의 현장으로 준비하고 있다. KB증권의 협찬으로 고 신해철을 최첨단 홀로그램으로 복원하여 마치 실사가 움직이는 듯한 효과를 구현한다. 홀로그램으로 탄생한 고인과 전설의 록밴드들의 무대가 어우러질 전망이다. 고인의 시그니처 밴드 넥스트(이현섭·김세황·지현수·제이드·신지)와 16년만에 원년멤버로 뭉친 이브(김세헌 G.고릴라·김건·박웅)를 비롯해 가수 이정·서문탁·크라잉넛(박윤식·이상면·한경록·이상혁·김인수)가 출연한다.
예식실에는 문재인 대통령 이름으로 된 조화가 있었다. 관계자는 "이날 행사 시작 전 오전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도 지난해에 이어 조화를 보내 고인의 넋을 달랬다. 본관 앞과 예식장 내부에는 고인의 생전 모습 영상이 계속해서 재생됐다. 플랜카드도 걸렸으며 고인의 공연 사진으로 꾸민 '신해철의 그리움 갤러리'도 전시됐다.
고인은 지난 2014년 10월 17일 S병원에서 장 협착 수술(위장관유착박리술)을 받은 후 심각한 통증을 호소해 21일 입원했다가 22일 심정지로 심폐소생술을 받았다. 이후 서울 아산병원으로 후송돼 응급수술을 받았으나 결국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지난 27일 오후 8시19분 서울 아산병원에서 별세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 S병원장이 수술한 이후 고인의 소장에 구멍이 나면서 염증이 발생했고, 이 염증이 퍼지면서 사망하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 S병원장은 지난 2015년 8월 26일 업무상 과실치사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유족 측은 양형부당으로 항고했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소송은 끝나지 않았으나, 이 사건으로 신해철법이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다. 의료분쟁의 조정 및 중재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를 신속 · 공정하게 구제하고 보건의료인의 안정적인 진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제정된 법안이다. 제이드는 "이제 시작한 법이라서 실질적으로 많은 혜택이 사람들에게 돌아가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누리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 소송에 대해선 "정의가 승리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사필귀정이라는 말이 있다. 죄에 대한 벌은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