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그를 향한 손아섭(29)의 도전 의지가 2018년 스토브리그의 판도와 속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손아섭은 2018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는 선수 가운데 '최대어'로 평가된다. 미래가치가 높다. 8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했다. 통산 타율은 현역 선수 2위(0.325)에 올라 있다. 최근 2년 연속 전 경기에 출장했다. 몸 관리가 뛰어나고 근성도 있다. 2014년부터 장타력 향상을 노렸고 올 시즌에 홈런 커리어 하이(20개)를 기록했다.
두산은 2014시즌이 끝난 뒤에 장원준을 영입해 막강한 선발진을 갖췄다. 이듬해에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KIA는 최형우에게 100억원을 투자해 올 시즌 통합 우승을 일궈 냈다. 공교롭게도 정상급 선수 영입 효과가 발휘된 게 최근 추세다. 원소속팀 롯데는 물론, 다수 구단의 러브콜이 예상된다.
국내 구단에 국한되지 않는다. 빅리그로 진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달 28일에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신분 조회 요청이 들어왔다. 최소 한 구단 이상은 손아섭에게 관심이 있다는 의미다. 선수 이동 소식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트레이드 루머스'도 1일(한국시간) 손아섭을 언급했다. '콘택트 능력이 뛰어나고 삼진 비율이 낮다'는 내용이다. 일본인 빅리거 아오키 노리치카와 '닮은꼴'로 소개하기도 했다.
손아섭은 준플레이오프가 끝난 뒤에 휴식을 취하고 있다. KBO 리그 잔류와 해외 진출을 두고 고민 중이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이 바뀐다"는 말에서 고심이 엿보인다.
'돈의 논리'가 지배하는 FA 시장이다. 선수는 자신의 가치에 합당한 대우를 받기 원한다. 구단도 합리적인 선택을 타진한다. 순탄한 협상은 없다. 손아섭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FA 선수는 맞지만, 원하는 수준의 계약을 할지는 미지수다. 민병헌·이용규·김주찬 등 FA 자격을 얻은 포지션(외야수) 경쟁자가 많다.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 기간이 끝난 김현수의 복귀 가능성도 높다. 공급이 많으면 가격은 내려간다.
손아섭의 행보는 지난해 황재균과 비슷하다. 국내 구단과 협상을 진행하면서 메이저리그 구단의 구체적인 제의가 들어오면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손아섭이 '25인 로스터 진입'이 보장되는 계약을 따낼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자신이 염두에 두고 있는 대우를 받지 못하면 시선을 돌릴 수 있다. 황재균도 국내 구단과 협상이 지지부진해지면서 도전 의지를 굳혔다.
손아섭은 "해외 무대 도전 의지를 협상 카드로 쓸 생각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요한 시기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전부터 "메이저리그에서 뛰어 보는 게 꿈이다"고 했다. 2015년에는 포스팅 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을 통해 진출을 타진하기도 했다. 거취를 두고 고민하는 게 비난받을 만한 일은 아니다.
다만 손아섭의 거취 결정 시점은 이번 스토브리그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ML 구단과 구체적인 협상이 진행되면 장기전이 불가피하다. 대어급 선수들의 계약이 끝난 뒤에 준척급의 행보가 결정된다. 지난해에 황재균도 윈터미팅이 끝나고도 한 달 뒤에 계약했다.
그사이 국내 구단은 셈이 복잡해진다. 롯데는 손아섭과 계약이 절실한 팀이다. 고액 투자가 필요한 선수는 강민호도 있다. 일단 두 선수와 협상을 끝내야 다른 내부 FA 선수와도 협상이 가능할 전망이다. 다른 팀도 마찬가지. 외야수 보강을 노리는 팀들이 손아섭 한 명만 바라볼 수도 없다. 그 어느 해보다 선택지가 많다. 기민한 대처와 치밀한 정보전을 펼쳐야 한다. 손아섭의 도전 의지는 이번 스토브리그에 가장 큰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