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은 만성 적자다. 방송사는 치솟은 중계권료와 제작·운영비를 두고 볼멘소리를 한다. KBO가 추진하려는 산업화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이해관계는 제각각이다. 한정된 수익을 나누다 보니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중계권 사업처럼 상식 밖의 구조 탓에 특정 업체만 몸집이 커지기도 했다.
프로야구는 지난해 역대 최다 관중을 동원했다. 하지만 업계는 오히려 긴장한다. 증가세를 장담할 수 없다. 다른 스포츠뿐 아니라 모든 문화 콘텐트와 경쟁하고 있다. 광고 수주는 한정돼 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뉴미디어 산업이 성장했지만 인구의 감소세 탓에 이마저도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그래서 산업화가 화두로 떠올랐다. 하지만 팬들에겐 직접 경기장을 찾는 게 아니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콘텐트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지갑을 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KBO와 구단, 방송사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전과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인적 자원에 투자해야 한다.
투명성 제고를 위한 노력
상생을 위해선 이해관계자 사이에 신뢰 구축은 필수다. KBO는 그동안 '밀실 행정'이 의심될 만큼 특정 업체(에이클라)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다른 업체의 진입도 막았다. 중계권 계약 내용은 공개하지도 않았다. '비밀 유지' 서약을 했다는 명목을 내세웠다. 구단과 방송사 실무자의 문의가 있어도 명쾌한 답변을 주지 않았다.
한 구단 관계자는 "방송 중계권료를 역산해 추정하는 작업도 했다. 문득 '이걸 우리가 왜 하고 있지'라는 자괴감이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몇 천만원 규모의 상품 계약은 직접 하면서, 수십억원이 넘는 중계권료는 왜 대행사를 끼고 하는지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았다"며 불만을 전한 관계자도 있었다.
물론 KBO도 입찰 공고와 업체 선정 결과에 대해선 꾸준히 보도자료를 내고 있다. 하지만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선 여전히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KBO는 통합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 이해관계자는 더 늘어난다. 가장 밀접한 협상 대상자에게도 신뢰를 주지 못한다면 숙원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장애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가치 창출을 위한 노력
KBO는 뉴미디어 산업의 성장을 예측하지 못했다. 방송사와 구단도 마찬가지다. 권리를 헐값에 산 대행사는 큰 수익을 남겼다. 특정 업체만 이익을 취하는 구조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구단은 팬 서비스를 위한 아이디어 생산에도 제약을 받고 있다.
과오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다가오는 중계권 협상은 합리적으로 마무리돼야 한다. 방송 중계권과 뉴미디어 권리가 나뉘어 있는 구조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중계권뿐 아니다. 산업화가 안착되기 위해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전문적으로 팬층의 소비 패턴을 파악하고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트렌드 파악은 기본이다. 현재 개발되지 않은 분야를 찾고 발전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퓨처스리그, 아마 야구, 사회인 야구의 활성화가 대표적인 숙제다. 당장은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다양화를 실현할 수 있다. KBO와 구단 그리고 방송사의 협업이 필요하다. 야구 외적인 산업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메이저리그는 방송 중계에 IT 기술을 접목해 팬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전문 인력 수급을 위한 노력
한 방송계 관계자는 "KBO와 구단 모두 외주 업체와 협업이 너무 많다"고 일침을 가했다. 간헐적인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매년 진행해야 하는 사업은 직접 인력과 장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구단과 KBO를 구성하는 인원은 산업 규모에 비해 적은 편이다. 중계권처럼 수백억원이 걸려 있는 분야도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는 구단이 드물다. KBO는 대행사를 뒀다.
콘텐트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하다. 구단 관계자A는 "중계권 사업만 하더라도 사람 몇 명을 뽑으면 될 일을 굳이 대행사를 둔다"고 꼬집었다. 구단과 KBO 그리고 방송사의 전문 인력이 특정 프로젝트를 두고 협업을 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구단에서도 마다하지 않는다. 관계자B는 "제한된 구조 탓에 전문성을 발휘할 기회가 없는 인원도 있다. 통합 마케팅을 향한 행보가 이어진다면 태스크포스(Task Force)가 꾸려지는 일도 많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모든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하는 워크숍을 진행할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