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웃지 못했다. 사과의 말만 했다. 떠오르는 말도 그뿐이었다. 김보름(25) 얘기다.
김보름은 24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40점을 득점했다.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회 전부터 메달 기대주로 평가받았다. 주종목이기도 하다. 결과는 기대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결승선을 통과한 뒤 코칭 스태프와 부둥켜 안고 기쁨을 나눴다. 주먹을 쥐어보이며 포효하기도 했다. 하지만 표정이 밝진 못했다. 그동안의 논란 때문이다. 국민의 응원을 잃었다. 19일 열린 팀추월에서 팀 선배이자 동료인 노선영이 뒤쳐진 상황에 대해 조소와 함께 '팀워크'가 결여된 발언을 했다. 여론은 차가워졌다. 팀추월 순위결정전에서 다시 빙상장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박수 받지 못했다.
메달 후보에서 심리 관리가 필요한 선수로 전락했다. 하지만 레이스를 마쳤다. 경기장을 찾는 국민은 단 한 명뿐인 한국인에게 박하지 않았다.이름이 호명되자 박수를 보냈다. 은메달을 확정 지은 김보름은 태극기를 들고 경기장을 돈 뒤 관중석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경기 뒤 만난 김보름은 그 의미에 대해 "(내 행동 때문에)큰 논란이 됐고, 국민 여러분이 많이 마음이 안 좋아지셨다. 죄송한 마음이 들어 큰절을 했다"고 밝혔다. 은메달을 획득한 소감에 대해선 전하지 못했다. "'죄송하다'는 말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결승전을 통과한 소감, 이후 경기장을 한 바퀴 돌았을 때의 느낌도 같은 대답을 했다.
감사 인사는 남겼다. 자신의 이름이 호명됐을 때 나온 응원의 박수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다. "응원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너무 힘이 됐다. 열심히 달릴 수 있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