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영화·TV·가요계를 불문하고 '미투 운동'의 폭풍우 한가운데에 섰다. 하루 한 명꼴로 '미투' 가해자가 등장하고 있다. 연극계와 영화계의 경우 참담한 지경이다. 그러나 혼란 가운데서도 이를 계기로 썩은 부분을 도려내는, 정화의 계기가 될 것이란 긍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모두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연극인들은 잇달아 터져 나오는 미투 폭로에 일부 연극인들의 잘못으로 대중이 연극 자체를 멀리하게 될까 봐 염려하고 있다. 제작자들은 '연극 무대 출신의 중년 배우는 일단 덮어놓고 캐스팅 명단에서 빼야 하는 것이냐'며 웃지 못할 농담도 하고 있다. 특히 영화계는 오달수 쇼크에 빠졌다. '천만 요정'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올해 선보일 예정이던 영화만 무려 4편이다. 이 중에선 1400만 관객을 모은 '신과 함께-죄와 벌'의 속편 '신과 함께-인과 연(김용화 감독)'도 포함돼 있다. 오달수가 야당 정치인으로 등장하는 '이웃사촌(이환경 감독)'과 피해자의 아버지를 연기하며 정의로운 인물로 등장하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김지훈 감독)'도 있다. 한 편당 제작비를 수십억원 들인 이 영화들은 개봉 가능 여부조차 불확실해졌다.
이 혼란이 끝내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기대의 목소리도 높다. 오랫동안 횡행한 성폭력을 모두 알면서도 말로 꺼내지 못한 이유는 폐쇄적인 도제식 문화 때문이다. 가해자들은 권력을 지닌 이들이자 '스승' 격의 인물들. 스승에게 누를 끼치는 일은 곧 업계 퇴출과도 같다. 미투 운동으로 썩은 부분을 도려내는 대수술을 감행한 뒤엔 이 같은 폐쇄적 문화에 변화가 일 가능성이 높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이번 계기로 그간 소문으로만 돌던 성폭력 가해자들이 모두 처벌받았으면 한다. 깨끗하게 정화된 뒤 새롭게 시작할 좋은 기회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나쁜 관습'의 폐지뿐 아니라 전반적 분위기 변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가해자들은 공교롭게도 너무 오랫동안 '박혀 있던 돌'이다. 충분히 대체할 만한 배우가 있지만 대중에게 익숙한 얼굴이라는 이유로 캐스팅되던 배우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갖게 된 권력으로 성폭력을 행사한 면도 있다"며 "이번 기회에 맨날 보던 그 얼굴들 말고 새로운 배우의 발굴에 힘쓴다면 발전적 방향으로 변화되지 않겠나"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