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영화들을 왕왕 만날 수 있다.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또한 그들 중 하나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이광국 감독은 2005년 '극장전'부터 2006년 '해변의 여인', 2008년 '잘 알지도 못하면서', 2010년 '하하하'까지 홍상수 감독의 조감독으로 활동했다. 홍 감독의 제자인 셈. 홍상수 감독에게 전수받은 노하우로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나가는 입장이니 당연히 홍상수 풍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홍 감독 작품 못지않게 화려한 출연 라인업을 갖췄다. 이진욱과 고현정이 출연해 제작 단계서부터 화제를 모았다. 고현정의 경우 2012년 '미쓰GO' 이후 6년 만의 스크린 컴백작이다. 이진욱은 불미스러운 성추문에 휘말린 후 이 영화를 통해 돌아왔다. 덕분에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은 저예산 영화임에도 상업영화 같은 화제성을 지녔다.
이런저런 이유로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을 바라보는 시선은 혼란스럽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작품이다.
출연: 이진욱·고현정·서현우·류현경 등 감독: 이광국 장르: 로맨스·멜로·드라마 줄거리: 동물원에서 호랑이가 탈출하던 어느 겨울 날, 영문도 모르고 갑작스레 여자친구에게 버림받은 남자와 그러 남자 앞에 불현듯 나타난 전 여자친구의 이야기 등급·러닝타임: 15세 이상 관람가·107분
신의 한 수: 이진욱과 고현정의 연기가 일품이다. 두 사람이 보여주는 생활 연기가 훌륭한 그림을 그려낸다. 단순한 멜로가 아니다. 두 인물은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내면을 지녔다. 이진욱과 고현정의 연기 내공이 이 혼란을 완성했다. 일상에 스며드는 불행과 좌절이 공감대를 형성한다. 소설가를 꿈꿨으나 등단하지 못한 이진욱과 점차 불행한 속사정을 드러내는 고현정의 일상다반사는 극적이기보다는 현실적이다. 내내 어두운 낯빛을 띠다가도 결국은 밝은 해를 보여주는 희망적 메시지도 뜻 깊다.
신의 악수: 홍상수 감독 특유의 화법을 좋아한다고 해서 모두가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에 만족할 수는 없어 보인다. 이 영화는 홍 감독의 작품보다 진지하다. 웃음기를 빼고 대신 처절한 일상을 더했다. 홍 감독의 작품처럼 관객에게 불친절한 것은 마찬가지. 친절한 설명 없이 펼쳐지는 일상다반사가 어떤 관객들에겐 충분히 지루할 수도 있다. 평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나 스케일 큰 상업영화를 선호한다면, 이진욱과 고현정의 이름만 보고 이 영화를 선택한다면 크게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