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스티븐연의 욱일기 논란이 잠잠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서까지 스티븐연의 이름이 언급됐다.
논란이 불거진 날인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내에서 욱일기 사용 금지를 국회에 제안해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이번에 스티븐 연 사건 등 많은 유명인사들이 욱일기와 관련된 사건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라며 '욱일기는 일본의 전범기로서 우리나라에게는 아픈역사를 떠올리게하는 물건이자 일본제국주의의 산물입니다. 하지만 유럽이나 다른 나라들이 히켄드로이츠를 금지한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에는 욱일기를 금지하는 법안이 없습니다. 따라서 저는 우리나라의 역사를 바로잡기위해 욱일기의 국내사용금지를 제안합니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청원에는 100명에 가까운 네티즌이 동의 의사를 표시했다.
스티븐연이 욱일기의 '정체'에 대해 모르지 않았을 것이란 의혹도 제기됐다. 그를 스타덤에 올려준 미국드라마 '워킹데드'에서 욱일기 모양이 프린트된 벨트를 차고 나왔고, 당시 많은 한국팬들이 여러 차례에 걸쳐 SNS 등의 루트를 통해 스티븐연에게 욱일기의 의미를 설명했다는 것. 무지에서 비롯된, 이번 한 번의 실수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스티븐연은 오는 17일 영화 '버닝(이창동 감독)' 개봉을 앞두고 있다. 세계적인 거장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다. 제71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수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기대작 중 기대작. 스티븐연이 자초한 욱일기 논란은 '버닝'의 뜨거운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13일 하루 동안 2번의 사과문을 게재하며 논란의 불씨를 진화하려했다. 그러나 유려한 한국말로 써내려간 사과문과 모국어인 영어 사과문의 '톤'이 너무나 달랐다. 한국어 사과문에서는 '동료의 어린 시절 사진 속 상징적 이미지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실수했다. 내 부주의함으로 상처 입은 분들께 사과드린다. 한국 역사의 참담했던 순간과 관련된 모든 메시지, 이미지를 절대 가볍게 여기지 않고 있다'고 말했지만, 영어 사과문에는 '인터넷상에서의 실수가 저의 모든 생각과 신념을 단정 짓는 것에 큰 슬픔을 느낀다'고 이야기했다.
당연하게도 논란은 더욱 커졌다. 스티븐연은 '한국계 미국인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으로서, 이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한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 이번 일이 제게는 중요한 배움의 과정이 됐다. 다시는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것을 약속 드린다.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재차 사과문을 게재했다.
앞서 스티븐연은 12일 절친한 영화감독 조이 린치가 올린 SNS에 '좋아요'를 누르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진에는 욱일기 옷을 입은 조이 린치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스티븐연은 한국계 미국인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5세였던 1988년 캐나다로 이민, 1989년부터 미국에서 거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