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를 소재로 한 영화 '허스토리(민규동 감독)'가 '귀향(조정래 감독)' '아이 캔 스피크(김현석 감독)'의 뒤를 잇는다.
오는 6월 말 개봉하는 '허스토리'는 일본 재판부를 발칵 뒤집어놓았던 관부 재판 실화를 담는다. 관부 재판은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간 23회에 걸쳐 시모노세키와 부산을 오가며 일본 정부를 상대로 벌인 끈질긴 법적 투쟁이다. 10명의 할머니 원고단이 승소하기까지 극적이며 감동적인 실화가 영화에 고스란히 그려진다.
캐스팅만으로 눈길을 끄는 영화는 아니다. 김희애가 원고단 단장 문정숙 역을 맡았고, 김해숙이 원고단 배정길을, 예수정이 박순녀를 연기한다. 젊은 배우들 가운데서는 이유영과 김준한이 출연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흔히 말하는 '믿고 보는 배우' 혹은 '또 그 배우?'를 떠올리게 하는 단골 이름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자신감이 넘친다. '허스토리'는 오는 6월 말 개봉해 100억원대 대작들이 줄줄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여름 성수기 극장가의 문을 연다. 지난해 말 촬영을 완료해 후반 작업을 거쳐 6개월 만에 관객과 만난다. 영화를 향한 기대가 크고, 또 기대만큼의 성과가 담겼다는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사실상 실패하기 힘들다는 예측도 많다. 한국 관객이라면 깊게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소재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개봉한 '귀향'은 무명 배우와 무명 감독이 만든 작품임에도 358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기적과도 같은 성적표를 받았다. 적은 제작비를 들여 작품성을 인정받기엔 어려운 환경이었으나 참혹했던 당시의 피해 상황과 무엇으로도 보상받기 힘든 피해자들의 심경을 잘 담아냈다는 평을 받으며 극장을 눈물 바다로 만들었다.
2017년 개봉한 '아이 캔 스피크'는 이제훈과 나문희라는 흥행 배우의 이름과 밝은 외양으로 꾸며냈지만, 사실 그 안에 '위안부' 피해자의 이야기를 그리며 진한 감동을 담아냈다. 몇 년 간이나 제작에 난항을 겪다 극적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328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허스토리'가 이들 두 영화의 뒤를 이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허스토리' 측 관계자는 "여러 차례 내부 시사를 할 때마다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렸다"며 영화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