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메시(31·바르셀로나) 그리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레알 마드리드). 현 시대에 '신(神)의 경지'에 오른 유이한 선수들이다.
말이 필요 없는 슈퍼스타다. 메시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우승 9번을 포함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 4회 등 바르셀로나에서 총 32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세계 축구를 지배했다. 호날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과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에서 총 24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UCL 우승 3회 연속을 포함해 총 5회를 기록하며 '호날두의 시대'를 선포한 주인공이다.
세계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 지난 10년 간 두 선수를 제외한 다른 이들 품에 안긴 경우는 없었다. 메시(2009·2010·2011·2012·2015)와 호날두(2008·2013·2014·2016·2017)는 나란히 5회씩 수상했다.
이런 두 명의 신들이 최고의 무대인 월드컵에서 격돌한다면? 상상만으로도 전율이 돋는다. 전 세계 축구팬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장면이다.
메시와 호날두는 3번의 월드컵(2006 독일월드컵·2010 남아공월드컵·2014 브라질월드컵)에 함께 초대됐다. 메시는 독일 8강·남아공 8강·브라질 준우승을 거뒀고, 호날두는 독일 4강·남아공 16강·브라질 조별리그 탈락을 경험했다. 많은 경기를 치렀지만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와 포르투갈의 맞대결은 허락되지 않았다.
4번째 월드컵인 2018 러시아에서 '신의 매치' 성사 가능성이 떠올랐다. B조 2위로 16강에 오른 포르투갈은 A조 1위 우루과이와 격돌한다. D조 2위를 차지하며 16강에 초대받은 아르헨티나는 C조 1위 프랑스와 맞대결을 펼친다. 포르투갈과 아르헨티나가 16강 문턱을 넘어 8강으로 온다면, '신의 매치'가 열리게 된다.
물론 쉽지 않은 상대다. 조 1위와 조 2위의 싸움이다. 시작부터 밀릴 수밖에 없다.
포르투갈이 만나는 우루과이는 남미의 강호로 객관적 전력에서 앞서고 있는 팀이다. 우루과이는 루이스 수아레스(31·바르셀로나) 에딘손 카바니(31·파리 생제르맹)라는 세계 정상급 공격수를 품고 있다. 또 우루과이는 상승세를 탔다. 1차전 이집트전(1-0 승)에 고전했고 2차전 사우디아라비아전(1-0 승)도 가까스로 승리했지만 3차전 러시아전(3-0) 대승으로 강호의 위용을 드러냈다. 수아레스는 사우디아라비아전과 러시아전 연속골을 넣었고, 카바니 역시 러시아전에서 골을 신고했다. 포르투갈은 1차전 스페인전(3-3 무)에서 선전한 뒤 내리막길을 걸었다. 2차전 모로코전(1-0 승) 3차전 이란전(1-1 무)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전력과 흐름상 우루과이가 앞서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르헨티나가 상대할 프랑스는 유력한 '우승 후보'다. 앙투안 그리즈만(27·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폴 포그바(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황금세대 구축한 프랑스는 우승을 노리고 있다. 아르헨티나가 전력에서 밀리는 형국이다. 조별예선에서도 2승1무라는 빼어한 성적을 기록하며 16강에 올라섰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가까스로 16강에 진출했다. 1차전에서 아이슬란드전(1-1 무)에 고전하다 2차전 크로아티아(0-3 패)에 완패를 당했다. 3차전에서 나이지리아(2-1 승)에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기사회생했다. 흐름을 반전시켰다고 하지만 프랑스는 분명 힘겨운 상대다. 하지만 슈퍼스타를 품고 있는 두 팀이기에 희망을 놓을 수 없다. 호날두는 스페인 올스타 11명과 홀로 싸우며 해트트릭을 작렬시켰다. 메시 역시 나이지리아전에서 환상적인 골로 위기의 팀을 구해냈다. 호날두와 메시가 존재하는 한 패배를 확신할 수는 없는 일이다. 두 슈퍼스타는 그런 존재다.
이번 월드컵이 메시와 호날두에게는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이다. 30대를 넘어선 두 선수가 5번째 월드컵에 출전할 가능성은 낮다. 만약 출전한다고 하더라도 전성기에서 내려온 상태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러시아월드컵이 정상의 자리에 있는 메시와 호날두가 격돌할 수 있는 장면을 볼 수 있는 '마지막 월드컵'인 것이다. 이번이 아니면 다시는 볼 수 없다. 그래서 세계 축구팬들은 더욱 간절히 '신의 매치'를 기다리고 있다. 놀라운 사실이 하나 있다. 각종 득점왕을 수없이 차지한 두 스타가 월드컵 토너먼트에서는 지금까지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는 점이다. 호날두는 4번의 월드컵에서 총 7골을 넣었고, 모두 조별리그에서 터진 골이다. 메시 역시 4번의 월드컵에 나섰지만 토너먼트에서는 침묵했다. 조별리그에서 6골을 기록했다. 명성에 비해 초라한 모습이다. '신의 매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먼저 두 명의 '신'들이 토너먼트에서 첫 골을 넣으며 8강으로 이끌어야 한다. 아르헨티나와 프랑스의 16강전은 오는 30일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펼쳐진다. 포르투갈과 우루과이는 다음 달 1일 러시아 피시트 스타디움에서 만난다. 아르헨티나와 포르투갈이 8강에 진출한다면, '신의 매치'는 7월 6일 열린다. 신들의 전쟁 무대는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