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4일 잠실구장에서 치러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KS) 1차전서 7-3으로 승리했다. 열세로 예상됐던 1차전을 거머 쥐면서 SK는 70%가 넘는 우승 확률을 손에 넣었다. 역대 KBO 리그 KS 1차전 승리팀 우승 확률은 73.5%(34회 중 25회)다. 2010년 이후 8년 만이자 역대 네 번째 KS 우승을 향한 순항을 시작했다.
박정권의 스윙 하나가 승리로 직결됐다.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1회와 3회 각각 플라이 아웃으로 출루하지 못했다. 그러나 세 번째 타석에선 달랐다. 2-3으로 뒤진 6회 1사 2루에서 두산 선발 조쉬 린드블럼의 2구째 시속 144km 직구를 공략해 우측 펜스 밖으로 날려버렸다. 두산 응원단을 침묵시킨 벼락같은 홈런이었다. 2-0으로 리드하던 경기가 2-3으로 뒤집혀 분위기가 한풀 꺾여있던 SK는 이 홈런 하나로 승부를 뒤집었다. 박정권은 5-3으로 앞선 7회 2사 2,3루에선 자동 고의4구로 얻어내 존재감을 보였다. 6-3으로 앞선 9회 1사 1,3루에선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추가했다. 3타수 1안타(1홈런) 1득점 3타점.
올해 가을야구에서 벌써 두 번째 홈런을 기록했다. 모두 영양가가 크다. 지난달 27일 넥센과의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선 9회 극적인 끝내기 홈런으로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7회 대타로 투입됐고 두 번째 타석인 8-8로 맞선 9회 1사 1루 상황에서 넥센 마무리 김상수의 3구째 시속 144km 직구를 걷어 올려 가운데 펜스를 넘겼다.
정규시즌 14경기 출전에 그쳤고 타율이 0.172(29타수 5안타)로 바닥을 쳤다. 포지션과 스타일이 겹치는 한동민에 밀려 마땅한 기회를 잡지 못했다. 포스트시즌 엔트리 승선도 예상하기 힘들었다. 내부적으로 '발이 빠르고 수비 효율이 높은 윤정우가 낫지 않냐'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코칭스태프에 의견을 물었고 '박정권은 꼭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감독도 포스트시즌(PS) 통산 출전이 50경기에 육박하는 박정권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가까스로 PS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뒤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타율 자체는 낮지만 PO에 이어 KS에서도 결정적인 홈런을 터트렸다.
지난해부터 기회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는 시즌이 끝난 뒤 "그래서 더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나이가 젊었을 때는 그라운드에서 부딪혀가면서 투수의 공을 파악했다. 그 정도의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젠 타석에 들어서기 전부터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 더그아웃에서 막연하게 앉아 있는 게 아니라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한다"고 돌아봤다. 주전에서 백업으로 밀려난 현실을 받아들였다.
1년 뒤 누구보다 준비를 많이 한 PS 무대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 있다. 수많은 경험은 이제 돈으로 살 수 없는 자산이 됐다. 넥센과의 PO 1차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친 뒤 "(PS에선) 남들보다 그냥 좀 재밌게 하는 것 같다. 몇 경기 못하면 끝날 수 있기 때문에 즐겨야 하지 않나. 즐기려고 한다. 그냥 야구장에 나와 있는 것 자체가 재밌고, 좋다"고 했다.
전성기가 끝났고, 은퇴가 임박했다는 주변의 부정적인 이야기. 경기를 즐기는 베테랑 박정권이 PS 무대에서 세간의 평가를 뒤집고 있다. 말 그대로 '가을 해결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