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타인'은 지난 3일까지 121만 명의 누적 관객 수를 기록했다. 4일 만에 100만 관객 돌파에 성공하며 올해 개봉한 코미디 영화 중 가장 빠른 흥행 속도를 보여 주고 있다. 수일 내에 손익분기점(BEP) 180만 명을 넘길 것이 확실시된다. 이익을 내는 것은 물론이고 BEP를 넘기기 쉽지 않은 최근 한국영화 시장에서 개봉 첫 주 차에 안정적으로 BEP를 넘어서는 것.
이 영화는 유해진·조진웅·이서진·염정아·김지수·송하윤 등 화려한 출연진 라인업을 자랑한다. 그러나 톱 배우의 이름만 내세운 다른 영화들과는 다르다. 캐스팅은 화려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총제작비 85억원을 들인 이른바 실속형 영화다. BEP를 빠르게 넘어설 수 있었던 것은 결국 들인 돈이 적었던 덕분이기도 하다. 이에 제작사 필름몬스터의 박철수 대표는 "5주라는 제작 기간 동안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최선을 다해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제작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고 전했다.
100억원 이상의 제작비를 들인 한국영화가 1년간 여러 편 만들어지고 있지만, 모두 투자금을 회수하진 못한다. 오히려 BEP를 넘어서는 영화의 수가 해가 지날수록 줄어드는 모양새다. 이 가운데 영화팬들은 획일화된 한국영화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상황. 판돈은 커졌지만 똑같은 배우를 캐스팅해 익숙한 시나리오로 겉치장에만 몰두하니 관객들의 불만이 커져 갈 수밖에 없다.
획일화돼 가는 한국영화 시장에서 '완벽한 타인'은 중저예산 영화의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관객의 허를 찌르는 신선한 소재와 정확한 컨셉트, 탄탄한 시나리오로 큰돈을 들이지 않고 영화를 만들어도 대형 블록버스터를 이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사실로 입증했다.
박 대표는 "관객의 취향은 모두 다르다. 획일적으로 가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며 "상업성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상업성과 작품성이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신, 상당히 새로운 영화여야 한다고 여겼다. 신선하고 남다른 시나리오에서 출발해 이 영화를 기획·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직 이루기 이른 바람일 수 있지만, '완벽한 타인' 제작진은 영화계에 새로운 바람이 시작되길 소망하고 있다. 이 영화를 향해 '한국영화의 다양성 제고'라는 댓글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것을 보면 그리 어려운 소망도 아닐 터다.
이에 박 대표는 "최근에는 최소 30억원 이상 들여야 상업영화를 만들 수 있다. BEP를 넘기기 쉽지 않다. 이런 현상이 누적되고 장기간 지속되면 업계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 힘들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을 들였지만 과감한 시도를 한 영화가 계속 제작되고 인기를 얻게 된다면 관객의 관심과 열의도 지속적으로 모일 것이다. 중저예산 영화의 크루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