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클라와 5년 계약이 만료되는 뉴미디어 권리는 정운찬 총재가 KBO 수장이 된 뒤 진행하는 첫 번째 중계권 관련 사업이다. 현재 상황에선 KBOP가 공개 입찰로 사업자를 선정할 가능성이 높다. 프로야구 마케팅 등을 전문으로 하는 KBOP는 메이저리그에서 운영하는 MLBP와 성격이 유사하다. 초상권과 중계권 등을 전문적으로 다뤄 프로야구 통합 마케팅을 실현하겠다는 취지로 2002년 설립됐다. 이번 뉴미디어 계약의 중심이다.
취재 결과, 지상파 스포츠 케이블 3개 사와 통신 3개 사, 에이클라 등이 이번 입찰에 들어갈 확률이 높다.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공개 입찰은 한 단계 발전된 업체 선정 방식이다. 그러나 '공개 입찰'도 해답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꽤 흘러나온다. 허울만 좋은 껍데기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도대체 왜 그럴까.
A구단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공개 입찰로 가면 결국 돈을 많이 써 내는 곳이 사업권을 가져가는 것 아닌가. 입찰을 하나마나 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고 말했다. 돈 싸움으로 들어가면 승리할 수 있는 곳이 한정돼 있다는 지적이다. 스포츠 케이블 3개 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들어오거나, 대행사가 입찰에 참여하면 '쩐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어려운 통신 3개 사가 알아서 빠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무엇보다 공개 입찰을 통해 경쟁이 과열돼 가격만 상승되는 불상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올라간 가격은 고스란히 구단과 팬이 떠안게 된다. 중간 유통상이 있는 구조에선 구단이 여러 가지 방법(3D·VR·5G)으로 콘텐트를 만들더라도 사용료가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 공개 입찰이라는 원칙하에 KBO가 개념 또는 프레임을 제대로 정리해 입찰 시장을 열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즉, 공개 입찰의 의미는 참가 자격을 제한하지 않고 우르르 모든 곳이 들어온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객관적 조건을 충족하는 업체를 투명한 절차를 거쳐 선정한다는 의미로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논란에 불을 지핀 사건이 있다. 지난 10월 23일 열린 제5차 KBOP 이사회다. 당시 각 구단 단장이 모인 이 회의에서 KBOP는 '입찰 평가 시 업체의 KBO 리그 기여도에 따라 가산점을 부여한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한다. 기준이 애매한 '기여도'가 특정 업체를 밀어준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B구단 관계자는 "10월 18일 있었던 마케팅 팀장 회의에서 특정 대행사를 주지 말자고 했는데 이사회에서 다른 이야기를 했다. 갑자기 가산점 이야기를 꺼냈다"며 "12월 5일 마케팅 팀장 회의에서 관련 내용을 다시 한 번 이야기했지만, 최근 부산에서 1박 2일로 열린 워크숍에서 KBOP가 같은 말을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프로야구 구단들은 중간상이 마진을 먹는 대행사 구조를 원하지 않는다. A구단 관계자는 "KBOP가 누구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미 '승자'가 정해진 공개 입찰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C구단 관계자는 "KBOP가 공개 입찰을 하는 것은 제2의 에이클라를 만들겠다는 얘기밖에 안 된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BOP의 설명은 이와 다소 다르다. "마케팅 팀장 회의 때 수의계약에 대한 요청이 (통신사를 모기업으로 둔 구단 위주로) 있었다. 이후 단장 회의 결정 과정에서 바뀌었다. 팀장 위 단계인 단장 회의의 결정에 대해 KBOP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말을 바꾼 게 아니다. KBOP 이사회의 결정권자들은 마케팅 팀장이 아니라 단장이다"라고 설명했다.
몇몇 구단이 요구하는 모바일 시장 직접 계약은 결국 총재가 말한 공개 입찰, 오픈 비딩 원칙에도 위배되는 것이기도 하다. KBOP의 딜레마도 여기에 있다. KBOP 측은 이와 관련해 "18일 사장단 이사회에서 결정되는 결과를 수용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공개 입찰이냐 수의계약이냐 여부 안건 모두를 들고 갈 것"이라고 밝혔다.
여러 의견이 공존한다. 어떤 것은 직접 계약을 하고, 어떤 것은 공개 입찰을 하는 것 자체가 자칫 '특혜'로 비칠 수 있다. A구단 관계자는 "공개 입찰을 진행한다면 일정 규모 이상의 서비스를 하는 곳으로 참여를 제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상파나 케이블이나 IPTV는 일방적 서비스 아닌가. 역량은 있지만 모바일이나 양방향 서비스 경험이 없는 곳은 제한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뉴미디어 권리를 '장사'에 이용하지 말고 의미 있는 사업자, 진짜 뉴미디어 콘텐트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대상자를 선정하자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