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대표 좌완 투수들의 2019시즌 키워드는 예년과 다르다. 차례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결정지은 두 투수는 최고 자리를 놓고 진짜 경합을 치른다. 다른 세 투수는 재도약이 먼저다.
2016시즌 두 자릿수 승 수를 거둔 국내 선발투수는 9명이다. 그 가운데 5명이 좌완이다. 장원준과 유희관(이상 두산)이 나란히 15승을 거뒀고, FA(프리에전트) 자격 취득을 앞둔 차우찬이 12승을 거두며 가치를 높였다. 투톱으로 평가받던 양현종(KIA)과 김광현(SK)도 각각 11승과 10승을 기록했다. 이들은 2015시즌에도 10승 이상 거뒀다. 리그 대표 선발투수로 인정받던 때다.
이런 구도는 2017시즌부터 깨지기 시작했다. 양현종은 정규 시즌과 한국시리즈 MVP에 오르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장원준과 유희관도 이전 시즌과 비슷한 성적을 남겼다. LG 이적 이후 첫 해를 치른 차우찬도 3점(3.43)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김광현은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시즌을 통째로 쉬었다.
2018시즌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세 투수가 부진했다. 꾸준함이 강점이던 장원준은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평균자책점은 9.92를 기록했다. 시즌 도중 선발진에서도 밀렸다. 유희관은 여섯 시즌 연속 두 자릿수를 달성했지만 6점대 평균자책점에 그쳤다. 한국시리즈 선발진 진입도 실패했다. 차우찬도 극심한 기복을 보였다.
양현종과 김광현도 제대로 된 경쟁을 하지 못했다. 재활 복귀 이후 첫해를 맞은 김광현은 연착륙을 위해 등판 관리를 받아야 했다. 양현종도 2017시즌보다 위압감이 떨어졌다. 네 시즌 만에 4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옆구리 부상도 재발했다.
웃은 선수를 굳이 꼽자면 김광현이다. 규정 이닝을 채우지 못했지만 11승을 거뒀고,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제 몫을 다하며 SK의 우승을 이끌었다. 1년 전 양현종처럼 한국시리즈 네 번째 승리를 지켜 내는 세이브를 올리기도 했다.
투톱 체제를 다른 세 명이 추격하던 구도는 이제 사라졌다. 다가올 시즌은 키워드가 다르다. 양현종과 김광현의 최고 경쟁은 본격화될 전망이다. 시즌 막판 부상 이탈을 자책하는 양현종은 반성과 함께 재도약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김광현은 풀타임을 치러도 문제없는 몸 상태를 확인했다. 이제 이닝 제한도 없다. 2015시즌에 이어 네 시즌 만에 상향평준화된 경쟁이 기대된다.
2019시즌 안정감 회복이 필요한 장원준(왼쪽부터), 유희관, 차우찬
다른 세 투수는 안정감 회복이 먼저다. 두산 듀오는 구속이 빠르지 않지만 정확한 제구력과 완급 조절 능력이 뛰어난 투수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큰 부상도 없었는데 메커니즘, 수 싸움, 정신력 등 모두 흔들렸다. 팀 내 입지까지 좁아진 상황. 선발진 진입조차 장담할 수 없다. 다가올 스프링캠프가 어느 해보다 향후 커리어를 위해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그마나 차우찬은 반등 가능성이 높았다. 왼다리 고관절 통증을 안고 던진 시기에 유독 성적이 안 좋았다. 아시안게임 브레이크가 끝난 뒤 치른 여섯 경기에선 3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며 4승을 거두기도 했다. 두산전 17연패 탈출도 그의 완투가 있어 가능했다.
그러나 시즌이 끝난 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시즌 초반 복귀는 어렵다.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수술받았고 가장 긴 기간의 공백기를 갖는 만큼 적응 기간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