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스토브리그에서 팀들의 방향이 엇갈린다. 우승을 목표로 FA(프리에이전트)와 트레이드 시장을 적극적으로 노크하는 구단이 있지만, 장기적 안목을 갖고 '리빌딩'에 돌입하는 구단도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적으로 리빌딩을 진행한 팀들은 단계별로 공통점이 있다. 최근에 가장 인상적인 결과를 낸 휴스턴을 사례로 성공적인 리빌딩 사이클을 살펴봤다.
1단계는 몸값 높은 선수들을 정리하는 것이다. 주축 선수의 노쇠화에 따른 은퇴와 트레이드를 통해 선수단을 대폭 물갈이한다. 휴스턴은 1997년부터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은 2005년까지 9년 동안 6번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크레이그 비지오·제프 배그웰·랜스 버크먼·마이크 햄튼·로이 오스왈트 같은 스타들이 팀을 이끌었다. 그러나 이후 2010년까지 어중간한 상태를 유지하며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결국 2011시즌을 앞두고 선수들을 대폭 정리했다.
버크먼과 오스왈트를 비롯한 주축 선수들이 팀을 떠났다. 그 후유증은 대단했다. 2011년부터 3년 연속 시즌 100패를 당했다. 리그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하지만 팀 연봉을 큰 폭으로 낮추면서 '총알'을 비축했다. 111패를 당했던 2013년, 팀 내 최고 연봉 선수는 카를로스 페냐로 290만 달러에 불과했다. 연봉이 백만 달러가 넘는 선수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처절한 관중 동원과 떨어지는 시청률을 감수하며 돈을 아꼈고, 높은 드래프트 순위를 손에 넣었다.
이젠 2단계다. 드래프트와 트레이드를 통해 데려온 선수를 마이너리그에서 성장시켜 단계별로 메이저리그에 합류시키기 시작한다. 재능 있는 선수들이 빅리그에 속속 등장하면서 팀 성적이 오른다. 휴스턴은 호세 알투베를 필두로 조지 스프링어와 카를로스 코레아·랜스 매컬러스 주니어·댈러스 카이클 등이 줄줄이 데뷔하면서 전력이 강해졌다. 그 결과는 달콤했다. 2015년, 무려 10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 냈다.
젊은 선수들이 가능성을 보일 때, 팀은 오프 시즌 동안 서서히 돈주머니를 풀기 시작한다. 이 3단계가 현재 휴스턴의 상황이다. 2016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지만 2017년 월드시리즈 우승에 성공했다. 작년에는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까지 올라 최근 4년 동안 세 번의 가을 야구를 경험했다. 2년 연속 100승을 기록할 정도로 막강한 전력을 자랑한다. 유리 구리엘·카를로스 벨트란·조시 레딕·저스틴 벌랜더·게릿 콜 같은 선수들을 과감하게 영입해 젊은 선수들과 조화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이번 오프 시즌에도 FA 시장에서 마이클 브랜틀리와 2년간 3200만 달러에 계약하며 투자했다. 쉽게 말해 3단계에서, 오랜 기다림과 수모에서 벗어나 전성기에 접어든 것이다.
마지막 4단계는 구단 수뇌부가 시험대에 오른다. 젊고 몸값이 낮았던 선수를 찾기가 어려워진다. 적절한 타이밍에 연봉이 올라간 선수를 트레이드해야 한다. 높은 성적에 따른 낮은 드래프트 순위를 보완할 방법을 트레이드에서 찾고, 꾸준하게 팜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면서 FA 시장에서 성적을 유지해 줄 수 있는 선수를 적절하게 수급하는 게 필수다. 이 시기를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하면 팀 연봉은 올라가지만 성적은 떨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팜은 말라 간다. 최근 샌프란시스코가 보여 준 모습이다. 4단계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결국 1단계로 돌아가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영원한 강팀은 없다. 그러나 진정한 강팀은 4단계를 최대한 오랫동안 유지하면서 우승을 차지해 '왕국'을 만들어 낸다. 문제는 이 단계별 성공을 지속해서 이어 가는 팀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팀이 3단계에 이르기 전에 1·2단계만 바쁘게 오가며 긴 침체기를 겪는다. 그래서 시대를 풍미한 명문 팀은 소수인 것이다. 이제 3단계와 4단계의 중간에 접어든 휴스턴이 올해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 지켜볼 일이다. 과연 어떤 결과를 보여 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