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이런 '복덩이'가 굴러 들어왔어" '잘하면, 예쁨받는' 당연한 구조를 지켜내기란 늘 쉽지 않다. 그래서 진짜 잘하면, 잘해내면 여지없이 칭찬과 호평이 쏟아지기 마련이다. 누구에게나 기회는 찾아 오지만, 누구나 누릴 수 없는 것이기에 더 기쁘고 뿌듯한 결과. 배우 김성규가 그 어려운 것을 또 해냈다.
칭찬받아 마땅하고, 그래서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길 응원한다. 영화 '범죄도시(강윤성 감독)'에 이어 '킹덤(Kingdom)'까지 완벽하게 잡아먹으며 작품은 물론 캐릭터와 배우의 존재감을 '몽땅' 주목받게 만드는데 성공한 김성규다. '범죄도시'도, '킹덤'도 김성규에게 빠질 수 없는 키워드는 '배고픔'이었다. '범죄도시' 양태는 먹는 것을 목적으로 배고픔에 집착했고, '킹덤'의 영신은 배고픔에 진저리치며 죄책감을 담아냈다. 여기에 연기에 목마른 김성규 본체의 갈증까지 더해지며 관객들의 심장을 저격한 '보호본능' 분위기가 완성됐다.
김성규는 지난 달 25일 넷플릭스 첫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킹덤'이 공개된 후 작품을 살려낸 '복덩이'로 거듭났다. '류승룡·허준호·김성규만 연기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 '내가 김은희 작가, 김성훈 감독이었으면 촬영내내 "예뻐 죽겠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지 않았을까' 싶었을 정도로 '킹덤' 속 김성규의 활약은 남달랐다. 그리고 사람 보는 눈 다 똑같다고 실제로 김성규에게 그러한 감정을 느꼈던 김은희 작가와 김성훈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작가와 감독으로서 최고의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웬만하면 캐스팅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김은희 작가는 캐릭터의 옷을 입은 배우들 중 김성규가 분한 영신을 콕 집으며 "난 영신이가 너무 좋았다. 감독님과 캐스팅에 관해 상의할 땐 배우가 아니라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 한다. '어떤 배우가 좋겠다'가 보다 '이 캐릭터는 이런 캐릭터이고, 이런 분위기이다'는 것을 작가 시점으로 설명한다. 그리고 감독님을 믿는다. 영신 역시 마찬가지였다. 성규 씨는 정말 영신에 딱 걸맞는 캐스팅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성훈 감독은 김성규 캐스팅 비하인드 스토리를 조금 더 상세하게 풀어놨다. 내심 후회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사실 김성규 배우가 '터널'에도 출연했다. 근데 통편집 됐다. 건설사 부실공사 뉴스에 등장해 달걀을 던지는 시위자 중 한 명이었는데, 뉴스 장면이 날아가면서 성규 씨도 날아갔다"고 고백한 김성훈 감독은 "그러다 '범죄도시' 가편집본을 보게 됐는데 성규 씨가 눈에 띄더라. 바로 성규 씨를 소개시켜 달라고 했고 다른 영화를 준비 중이라길래 '빨리 오디션 보자'고 했다"고 회상했다.
김성훈 감독은 "원래는 다른 역할을 염두하고 있었다. '범죄도시'에서 잘 했지만 배우의 확장성이 어느 정도인지는 한 작품만 보고는 알 수 없지 않나. A 연기만 잘 할 수도 있으니까. 근데 미팅을 하자마자 너무 놀랐고, 그날 그 자리에서 '우리 것 하자'고 매달렸다"며 "첫 촬영을 (배)두나 씨와 함께 했는데 두나 씨도 와서는 '저 사람 누구예요?'라고 묻더라. '저 배우 눈을 보고 있으면 진솔해 질 수 밖에 없다. 최선을 다 담아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거짓말이 아니라 두나 씨가 직접 말한 이야기다. 본인 연기 뿐만 아니라 상대 연기까지 끌어내는 힘이 있다. 그리고 몸도 굉장히 잘 쓴다. 엄청 빠르지 않나. 정말 너무 너무 잘해줬다"고 흡족해 했다.
김성규는 '킹덤'에서 뛰어난 전투 실력을 가진 미스터리한 인물 영신 역을 맡아 190여 개국 시청자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착호군 출신으로 예상되는 의문의 남자로 설명되는 영신은 지옥으로 변한 땅에 남겨진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백발백중 총포 솜씨로 괴물들을 처단한다. 누구보다 꼼꼼하고 디테일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국내 시청자들의 '원픽'으로 지목 받으며 등장인물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1인이 됐다.
'저 날쌘돌이는 누구입니까' '장총들 때 기절할 뻔. 꼬질꼬질한데 왜 멋있냐' '비주얼에 연기에 액션까지 완벽하다' '몸이 새털처럼 가벼워 보이더라. 심지어 좀비보다 빨라' '나 이 얼굴 교과서에서 봤어. 조선시대에서 캐스팅 했다고 해도 믿을 판' '좀비스프 안 끓여 줬으면 우리도 좀비 못 봤지. 그냥 욕할 이유가 1도 없음' '내가 시즌2를 기다리는 이유. 우리 영신이 짠내만 피해주라' 등 시청자 의견은 공감 100%다.
김성규는 '범죄도시' 성공 직후, '킹덤' 촬영 직전 진행한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차기작으로 '킹덤'을 언급하며 "너무 큰 작품의 큰 롤을 맡았다. 주인공 5명 중 한 명이다. '꿈인가' 싶고 '이게 무슨 일인가' 싶기도 하다"고 전한 바 있다. '킹덤'은 제작 단계부터 대형 프로젝트로 화제를 모았기 때문에 그 일원이 됐다는건 감격스러울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김성규는 "준비할 것이 많다. 요즘엔 승마 연습을 한창 하고 있다. 잘 믿기지는 않지만 빨리 정신 차리고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열심히 하겠다. 나 역시 내가 어떤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지 기대된다"고 설레어 했다.
"열심히 하겠다"는 약속을 몇 배로 지켜낸 김성규다. 시청자들의 반응처럼 김성규는 역병 환자로 설명되는 '킹덤'의 좀비 탄생(?) 시발점에 있는 인물임에도 욕받이를 피했다. 악인이라도 캐릭터에 설득력이 있으면 보는 이들은 열광한다. 그리고 이는 캐릭터 설정이 아닌, 캐릭터를 직접 연기한 배우의 몫에 달렸다. 매체에서는 신인 배우로 주목받고 있지만 20대를 온전히 연극 무대에서 보낸 김성규의 내공은 그냥 쌓인 것이 아니다. 김성규 본인이 직접 보여주고 증명한 가치다.
김성규는 2월부터 '킹덤' 시즌2 촬영에 돌입한다. 시즌1에서 영신에 대한 베일이 완전히 벗겨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즌2에 대한 궁금증도 상당하다. 시즌1에서 드라마의 스토리를 이끄는 역동적인 인물이자 뛰어난 총포술로 조선을 지키는 키 플레이어로 활약했다면 시즌2에서는 또 다른 영신의 진실과 매력이 담길 터. 김은희 작가와 김성훈 감독은 이구동성으로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김성규는 '킹덤'의 반응을 접한 후 내심 안도하고 있다는 후문. 연타석 홈런에 어깨가 들썩들썩 할 법도 하지만 겸손함은 여전하다.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궁금증을 동반하게 만드는 배우, 죽을 때까지 쉼 없이 연기 해줬으면 하는 배우, 열일 꽃길을 응원하게 만드는 배우 김성규가 소속사 사람엔터테인먼트 측을 통해 전한 감사 인사를 고스란히 전한다.
"안녕하세요. '킹덤'의 영신 김성규입니다. 저 역시 '킹덤'이 나오길 기다렸고, 기대했던 사람으로 '킹덤' 시즌1을 봤는데, 시나리오를 읽을 때 느꼈던 긴장감과 모든 인물들의 간절함이 잘 담긴 것 같았습니다. 제 연기에 아쉬운 부분이 많이 보여 '시즌2에서는 더 보완해서 잘해야 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범죄도시'에 이어 좋은 선배님들, 동료분들, 그리고 훌륭한 스태프 분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걸 느꼈고, 그래서 감사함에 더 열심히 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시즌2에도 많은 분들이 함께 해 주실 것 같은데, 더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촬영하겠습니다. 많은 응원과 기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