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사제들'도 보이고 '곡성'도 보인다. 비슷하지만 차이점 역시 크다. 장르적 성격이 더 강해졌고, 눈에 보이지 않는 그들 역시 한층 더 쫄깃해진 긴장감을 선사한다. 영화가 그리는 길에서 이탈하지 않고 그대로 따라가면,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사바하'다.
13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사바하(장재현 감독)'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장재현 감독과 이정재, 박정민, 이재인, 진선규가 참석해 영화를 처음 공개하는 소감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사바하'는 신흥 종교 집단을 쫓던 박목사(이정재)가 의문의 인물과 사건들을 마주하게 되며 시작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장재현 감독은 "난 모태신앙을 가진 기독교인이다. 전작은 신의 이야기가 나오지만 궁극적으로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라 생각한다"며 "유신론자로서 사람은 선하다고 믿는다. 근데 가끔 세상을 보면 그렇게 흘러가는 것 같지 않아 슬프더라. 의심이라기 보다는 원망이 많았다. 어떤 일에는 희생이 있어야 한다. 반항아적인 유신론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나의 모습이 '사바하'에 많이 담겼다"고 운을 뗐다.
이어 "'검은 사제들' 촬영 전 무속과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다. 재미있었던 점이 기독교와 불교가 다른 것은 불교에는 '악(惡)'이 없다는 것이다. 불교는 선에서 악으로 변하기도 하고 악에서 선으로 변하기도 한다. 그런 요소들에 푹 빠져서 '사바하'를 만들게 됐다. 최대한 불교의 기본 베이스를 최대한 벗어나지 않게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또 "전작이 구마 엑소시즘 영화여서 '사바하'도 오컬트적 영화라 많이 생각하시는데 난 오컬트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초자연현상을 다루기 보다 종교적 색채가 진하다고 할까. 다크한 종교적 세계에 장르적 요소를 버무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다소 오컬트적 요소가 있지만, 내가 그걸로 지금 시대의 어떤 메시지를 던질 깜냥은 아니다. 아직 조금 더 익어야한다"고 겸손함을 표했다.
이번 영화를 통해 5년 만에 현대극으로 복귀작하는 이정재는 신흥 종교의 비리를 쫓는 종교문제연구소 소장 박목사로 분해 인간적인 모습부터 미스터리한 사건을 파헤치는 진지한 모습까지 다채로운 매력을 선사한다.
박목사는 시간이 갈수록 점차 많아지는 의문의 인물들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 속에서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역할. 이정재는 박목사 역을 특유의 카리스마와 섬세한 감정 연기로 완성, 팽팽한 긴장감과 함께 극의 몰입감을 높인다.
이정재는 "시나리오가 들어왔을 때 '사바하'가 가장 재밌었다. 두 번째로는 '내가 이런 장르를 해봤나?'라고 생각했을 때 없었던 것 같더라. 장르에 도움을 받으면서 연기하면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작품 선택 이유를 밝혔다.
"모든 장면에서 긴장감의 강도를 어느 정도 선에 맞춰야할지를 고민했다"는 이정재는 "고민의 해답은 감독, 출연진과 충분한 대화 끝에 풀어갔다"고 덧붙였다.
극의 또 다른 한 축을 담당하는 박정민은 늘 무표정한 얼굴로 누구와도 가깝게 지내지 않는 한적한 마을의 평범한 정비공 나한으로 분해 터널 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와 관련된 인물로 예측할 수 없는 전개 속 극의 긴장감을 극대화시킨다.
역대 캐릭터 중 가장 미스터리하고 다크한 연기 변신을 예고하고 있는 박정민은 정체를 짐작하기 어려운 캐릭터를 위해 무표정한 얼굴과 낮게 깔린 음성, 탈색한 헤어까지 특별한 변신을 감행했다.
박정민은 "내 연기에 대해 초조해하기보다 100% 응원으로 영화를 한 건 처음이었다"며 "서사가 주인공인 이 영화가 많은 분들께 재미를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처절하게 든다"고 진심을 표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주목받게 될 이재인에 대해서는 "재인이는 나와 가장 많이 함께 했던 것 같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시작하면 어른스러운 에너지를 가지고 촬영했다. 촬영이 지속될수록 얼굴이 바뀐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발전했고, 성숙해졌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감독님과 '잘 될 것 같다'며 속닥속닥거린 적도 있다. 연기하면서 너무 좋았고,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어서 되려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어른도감'에서 14살 소녀 경언 역을 맡아 절제된 감정과 탄탄한 연기력으로 눈도장을 찍은 이재인은 '사바하'에서는 16년 전 같은 날 태어난 쌍둥이 언니 그것으로 인해 몸과 마음에 상처가 남은 쌍둥이 동생 금화를 연기했다. 이재인은 표정부터 눈빛 하나까지 완벽히 캐릭터와 일체화된 강렬한 연기로 영화의 미스터리를 한층 더할 예정이다.
이재인은 "낯선 캐릭터와 이야기였는데 정말 많이 도와주시고 현장에서 많이 알려주셔서 힘들지만 잘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선배님들, 감독님 모두 제가 존경하는 분들이다. 이런 분들이 나를 칭찬해 주시니까 몸둘바를 모르겠다. 촬영하면서 많이 도움 받았고, 제가 잘 몰입할 수 있게 잘 해주셨다"고 밝혔다.
1인 2역을 연기한 소감에 대해서는 "쌍둥이지만 둘이 다른 캐릭터여서 차별점을 주려고 노렸했다. 금화일 때는 금화만의 행동 표현에 신경을 썼고 쌍둥이 언니일 때는 조금 특별한 시도를 했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고등학교 선배인 박목사를 돕는 해안스님 역의 진선규는 "이 영화를 하게 된 것이 엄청난 영광이라는 걸 느꼈다. 아까 시사 후 나오자마자 감독님과 선배님께 팬심으로 '잘 봤다'고 말씀 드렸다"며 "'범죄도시' 때와는 확실히 다른 빡빡머리다. 캐릭터를 위해 지적으로 보일 수 있는 스님의 이미지를 찾아보기도 했는데 '범죄도시'와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다"고 전했다.
진선규는 '극한직업'으로 1000만 배우 반열에 오르며 인생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상황. "내가 어쩌다보니 천만배우가 됐다"며 머쓱해 한 진선규는 "'사바하' 제작진들이 나에게 1000만 기운을 불어 넣어 달라고 했는데 내가 불어 넣지 않아도 잘 될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고 한층 여유로워진 입담을 뽐냈다.
국내 관객들이 애정하는 오컬트 스릴러 장르에 1000만 기운이 함께 하는, 그리고 간담회 말미 장재현 감독의 오열까지 뽑아낸 '사바하'는 20일 개봉한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사진= 박찬우 기자